38개 중 3개 노선만 운항…에어부산 "한 번도 경험 못 한 위기"

일본 입국규제로 국제선 올 스톱…16일부터 직원 3분의 2 휴직
코로나 개선돼도 정상화까지는 먼 길…긴급 유동성 지원 절실
"다음 주부터는 모든 국제선 노선이 운항을 중단합니다. 국내 항공 역사에서 지금과 같은 위기는 한 번도 없었고 상상조차 못 했던 일입니다."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 에어부산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본이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입국 규제를 강화하는 9일부터 모든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다.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불매운동 영향으로 수익 노선이던 일본 노선 운항을 대거 축소했던 에어부산은 홍콩 시위 사태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최악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축소된 일본노선을 중국과 동남아 노선으로 돌리며 근근이 이어오던 국제선 운항 노선이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전면중단됐다.에어부산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2월부터 국제선 노선의 운항을 잇달아 중단했다.

최근까지 중국 9개 노선, 홍콩과 마카오 등 중화권 7개 노선, 동남아 8개 노선, 일본 1개 노선, 기타 3개 노선 등 모두 31개 노선이 운항을 멈췄다.

3월 첫째 주 기준으로 에어부산의 국제선 운항 편수는 전년 대비 85%가 감소했다.
그나마 감편 운항하던 부산∼후쿠오카, 도쿄, 오사카 등 3개 노선과 부산∼나고야 노선도 일본 정부의 입국 규제 조치로 9일부터는 항공기를 띄울 수 없게 돼 모든 국제선이 올 스톱되는 상황을 맞는다.

에어부산은 일단 국제선 노선의 운항 중단 기간을 겨울 시즌이 끝나는 이달 28일까지로 잡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확산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4월 이후 상황도 예측하기 힘든 실정이다.이런 상황에서 에어부산은 지난달 이미 임원과 부서장 임금을 반납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을 하기로 했다.

항공기 임대회사와 조업 관계사, 공항 당국 등에는 비용 감면과 지급 유예 요청도 했다.

현재 26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에어부산은 당초 올해 4대를 새로 도입하고 임대 기간이 만료된 3대는 반납하기로 했으나 도입은 최대한 늦추고 반납은 서두르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다.

또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이후 돌파구로 모색하던 중국과 동남아, 인도 등 신규 노선 작업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운항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마련하는 등 중장기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국내 항공 역사상 이런 위기상황은 한 번도 없었고 상상조차 못 한 일"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전체 1천400명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16일부터 희망 휴직에 들어간다.

전 직원의 3분의 2가량인 1천명 안팎이 4월 24일까지 휴직할 것으로 예상한다.

항공사 휴업 여파는 지역 관광업계와 여행사 등 지역경제 전반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한국인 입국 제한 조처가 내려졌고, 국내 여행도 수요가 뚝 끊긴 상황에서 경제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에어부산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 대표들은 정부에 긴급 운영자금 지원과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등 지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와 지역 경제계도 에어부산 지원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부산상의는 지난 5일 에어부산 임직원과 간담회를 열고 정부에 저비용항공사 지원대책을 건의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는 항공기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어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할 수 없고, 항공권을 담보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 발행도 제한돼 운영자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하루 매출이 20억원은 넘어야 인건비와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비용을 충당할 수 있지만, 지금은 하루 2억원 매출도 올리기 힘들다"며 "향후 항공 수요가 회복될 때를 대비해 정부에서 일시적 유동성 문제를 지원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