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따돌림 걱정됩니다"…신천지아파트 주민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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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때문에 집값 떨어질까"도 걱정
'교인 집단 거주하는 아파트'로 오해 사기도
포항, 단지명 변경 추진중…울산·제주 등도 추진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신천지 신자들이 지목되면서 신천지라는 명칭이 붙은 아파트 곳곳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 거리뷰](https://img.hankyung.com/photo/202003/01.21968183.1.jpg)
‘신천지’ 이름을 딴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이름과 관련한 우여곡절을 부동산 카페에 올린 글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신천지 신자들이 지목된 탓에 신천지라는 명칭이 붙은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신천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위치한 ‘신천지타운’에 사는 김모 씨(42)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이름에 신천지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의 아이들은 요즘 자주 “이사를 가고 싶다”며 조른다. 그는 “행여 사는 아파트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아파트 이름 하나 때문에 하루종일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단지는 ‘대구의 강남’이라 꼽히는 수성구에 위치해 있다. 좋은 입지 덕에 지난 1월 한달간 14건의 매매거래가 이뤄 정도로 선호도가 높지만 최근 주민들 사이에선 “괜히 이름 때문에 집값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술렁임이 나오는 중이다. 전용 84㎡ 기준 매매가는 3억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울산시 북구의 신천지 명칭이 붙은 한 아파트 전경. /네이버 거리뷰](https://img.hankyung.com/photo/202003/01.21968271.1.jpg)
울산시 북구에 위치한 ‘한라신천지타운’ 아파트 입주민들도 아파트 이름을 바꿀지를 저울질 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에 명칭 변경을 건의해 둔 상태다. 제주에서는 ‘일도신천지타운’ 아파트가 다음주 아파트 이름 변경 등의 사안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부산, 경북 칠곡, 전주 등에 있는 신천지라는 명칭이 붙은 아파트들에서도 주민들의 이름 변경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중이다. 이들 아파트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다른 지역 신천지 아파트들도 이름을 바꾼다는데 우리도 절차에 돌입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를 해온다”며 “명칭 변경을 하려면 비용도 들고 면허, 보험, 금융기관 등에 주소 변경 신고도 해야하는 등 해야 할 일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데 우리가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