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이긴다"고 외친 벤처1세대 이재웅…국회 문턱서 고배

다음 창업한 '벤처재벌'…쏘카 경영으로 국내 공유경제 화두 던져
국내에 신개념 승차공유서비스 타다를 소개하며 '혁신 실험'에 나섰던 이재웅 쏘카 대표가 6일 '타다금지법'의 국회 통과로 좌절을 맛봤다.1995년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을 시작으로 25년간 벤처업계에서 질주해왔던 그에게는 뼈아픈 패배다.

타다를 시작하며 이 대표는 기존의 사업과는 달리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혁신이 이긴다"고 외쳤지만 똘똘 뭉친 택시업계와의 정면 대결은 처음부터 녹록지 않은 싸움이라는 게 중론이었다.21대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의 표심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정치권을 설득하는 것도, 택시의 고객인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타다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나가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가 순수한 동기에서 첫발을 뗐더라도, 애초 험난한 지형을 예견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따른다.

한 벤처기업인의 신사업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입법부인 국회에 의해 좌절되는 흔치 않은 기록도 남겼다.이 대표는 우리나라 '벤처 1세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으로 꼽힌다.

연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프랑스 제6대학에서 인지과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하더니, 1997년 한메일 서비스를 내놓으며 국내에서 본격적인 개인 이메일 시대를 열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000년대 초반 당시 포털사이트 1위였던 야후를 제치고 국내 1위 포털사이트로 올라섰다.그는 다음을 코스닥에 상장하며 '벤처 재벌'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당시 KBS 앵커였던 황현정 전 아나운서와 결혼해 세간에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였던 네이버에 포털사이트 업계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성장세가 꺾이자 이 대표는 2007년 회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이후 그는 벤처투자자로 변신했다.

2008년 사회적 벤처 인큐베이터인 '소풍'을 설립해 후배 스타트업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차량공유업체 쏘카와도 소풍을 통한 투자와 노하우 전수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것이다.

쏘카 최대 주주로 지원만 했던 그가 쏘카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은 2018년이다.

그는 이를 계기로 국내에 생소했던 공유경제 바람을 일으켰다.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비트윈'이라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인 VCNC를 인수·합병해 타다를 출범시켰다.

이 대표는 "역사적으로 늘 혁신이 이겨왔고 이기는 것이 맞다"며 후배 창업가들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조해왔다.

그는 2018년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추천으로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직도 맡았으나, 넉 달 만에 물러났다.

이후 그는 타다를 허용하지 않는 정부에 대립각을 세웠다.

쏘카와 타다는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불법 영업 논란으로 존립 위기에 놓였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타다의 영업을 불법이라고 보고 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불구속기소 하고, 최근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와 박 대표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올해 2월 타다의 방식을 합법으로 판단한 법원 1심 판결로 기사회생하는듯했으나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킨 정부와 국회 앞에 결국 쓴잔을 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