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주목받는 전염병 재난영화

'컨테이젼' '감기' '연가시' '눈먼 자들의 도시'등
독감 증상과도 같은 발열과 기침 등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과 치료 약도 백신도 없는 상태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바이러스. 치료를 요구하며 병원 앞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과 부족한 병상 수, 퍼지는 음모론과 이 틈을 타 사기를 치는 자들까지. 그리고 마침내 바이러스의 숙주로 밝혀지는 박쥐까지.
2011년 국내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의 내용이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현실의 모습을 미리 예언한 것처럼 꼭 들어맞았다.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귀네스 펠트로 분)가 고열 등에 시달리다 갑자기 사망하고 그의 아들마저 죽는다.

남편 토마스(맷 데이먼)는 질병의 이름조차 모른 채 격리된다. 한편 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는 곧 전 세계적으로 수만 명을 감염시킨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로렌스 피시번)와 미어스 박사(케이트 윈즐릿) 등은 바이러스를 조사하기 시작하고, 세계보건기구의 오랑테스 박사(마리옹 코티야르)는 홍콩과 마카오에서 최초발병경로를 추적한다.

이 와중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앨런(주드 로)은 음모론을 퍼뜨리며 자신의 '개나리약'이 치료제라고 사기를 치며 사람들의 불안감을 이용한다. 영화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를 누비고 공공장소의 문손잡이 등을 만지는 장면을 부각하면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되는지를 보여준다.

일반 감기인 줄 알고 마스크를 하지 않아 삽시간에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모습과 "접촉을 통한 감염이므로 얼굴을 만지지 말라"고 하는 미어스 박사의 말 등은 코로나19의 전파 양상 그리고 예방 수칙 등을 떠올리게 한다.

바이러스의 강한 전파력과 병상 부족 사태 역시 현실과 닮아있으며 개나리약으로 사기를 치는 앨런은 불량 마스크를 판매하는 일부 판매자들과 흡사하다. 무엇보다 박쥐가 바이러스의 숙주였다는 사실이 코로나19와 똑같아 '컨테이젼'은 다시 주목받으며 영화진흥위원회 온라인상영관 박스오피스에서 2월 셋째 주(2월 17일~2월 23일) 기준으로 최신작들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2013년 개봉한 한국 영화 '감기' 역시 코로나19 사태와 비슷한 호흡기 질환을 다룬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호흡기를 통해 초당 3.4명이 감염되고 치사율 100%의 변종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자 정부는 군대 등을 동원해 도시를 폐쇄한다.

감염자와 비감염자 구분 없이 모두 격리되자 사람들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컨테이젼'만큼 현실과 흡사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도 최근 다시 주목받으며 영진위 온라인 박스오피스에서 같은 기간 17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호흡기 질환은 아니지만, 다른 전염병을 다룬 영화들도 있다.

2012년 개봉한 '연가시'는 변종 연가시가 인간을 숙주로 삼고 뇌를 조종해 익사시키는 치사율 100%의 전염병을 소재로 했다.

갑자기 영양실조 증세를 보이며 익사한 사람들이 연가시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사람들은 구충제를 구하기 위해 모든 병원과 약국에 몰려든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실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과 마트에 줄을 서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주제 사라마구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도 전염병을 소재로 했다.

한 사람이 갑자기 운전하다 눈이 멀어버리고, 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실명은 그를 진찰한 의사부터 모든 접촉자로 퍼진다. 시력을 잃은 사람들은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는 두 눈으로 끔찍한 현실을 똑똑히 목격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