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우수여우주연상 심은경 "실감 안나…마음 다스리는 중"

"'신문기자' 많은 분의 노고와 응원 있었다"
'써니' '수상한 그녀'로 최연소 흥행퀸…연기경력 18년차 베테랑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마음을 다스리는 중입니다. 그저 감사하고 제게 주어진 작품들을 열심히 해 나아가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지난 6일 열린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여배우 최초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심은경(26)이 국내 언론에 밝힌 수상 소감이다.

심은경은 9일 소속사 매니지먼트AND를 통해 보내온 소감에서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적을 떠나, 모든 작품이 많은 스태프와 제작진의 노고와 도전으로 만들어지지만, 이번 '신문기자'라는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많은 분의 노고와 응원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이어 "앞으로도 작품 하나하나에 정성과 진심을 담아 작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기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심은경은 시상식 때 수상자로 호명되자 큰 눈을 연신 껌뻑이며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무대 위에선 눈물을 왈칵 쏟으며 "전혀 예상하지 못해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모습은 국내 영화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됐다.
최근 코로나 여파로 꽁꽁 얼어붙은 한국영화계에 또 다른 낭보를 전해준 심은경은 올해 스물여섯살이지만, 18년 차 베테랑 배우다.2003년 드라마 '대장금'으로 데뷔한 뒤 다양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2011년 영화 '써니'(736만명)와 2014년 '수상한 그녀'(865만명)로 최연소 흥행퀸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널 기다리며'(2016), '걷기왕'(2016), '특별시민'(2016), '조작된 도시'(2017), '염력'(2017), '궁합'(2018)을 통해 연기 외연을 넓혔다.

2016년 특별 출연한 '부산행'에서 좀비 떼 습격을 처음 알리는 장면은 짧지만 역대급 좀비 연기로 꼽힌다.
탄탄대로만 걸은 것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탓에 슬럼프가 일찍 왔고, 고교 시절 3년을 미국에서 보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낯선 타지에서 서툰 영어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좌절을 많이 했지만, 뉴욕에서 다양한 공연 등을 관람하면서 예술적인 영감을 받았고, 연기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떠올렸다.

그가 일본 영화 '신문기자'에 흔쾌히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다양한 경험이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심은경은 2017년 일본 소속사와 계약하고 일본에 진출했다.

'신문기자'는 사학 스캔들을 취재한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 모치즈키 이소코가 쓴 동명 저서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아베 총리가 연루된 사학스캔들 중 하나인 '가케 학원' 스캔들과 내용이 유사해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10월 내한한 가와무라 미쓰노부 프로듀서(PD)는 "수년 동안 정권의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에 이런 영화를 만들어도 되는지, 출연해도 되는지 하는 두려움 속에 만든 영화"라고 털어놨다.

현 정권을 비판하는 민감한 내용이 담긴 만큼, 일본 방송에선 소개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신문과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탔고, 지난해 6월 143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한 달도 안 돼 33만명을 동원하며 흥행 수익 4억엔(44억8천만원)을 돌파했다.
심은경은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란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 역을 맡았다.

일본어를 1년간 배운 뒤 일본어로 연기했다.

미쓰노부 PD는 "일본 여배우들이 출연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애초 다른 일본 여배우에게는 출연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서 "심은경의 지적인 면과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모습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도 "한 달이라는 제한된 촬영 시간과 일본어라는 장애물 앞에서 심은경이 훌륭한 연기를 해냈다"고 칭찬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심은경의 이번 수상은 여러 함의가 있다"면서 "다른 쟁쟁한 일본 여배우들을 제칠 정도로 연기 자체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진보적인 영화인들이 이 작품을 응원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기자'는 일본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일본 아카데미상은 일본 내 영화 관계자로 구성된 약 4천명의 회원 투표로 결정된다.

도호, 쇼치쿠, 도에이 3대 메이저 배급사 관계자들이 회원으로 많이 가입해 메이저 3사 작품이 수상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기자'는 이들 메이저 배급사 작품이 아닌 데다, 대중 영화가 아닌 사회파 영화라는 점에서 이번 수상 결과는 의외라는 반응이 일본에서도 나온다.

'전쟁과 한 여자'(2012) 등을 연출한 사회파 감독인 이노우에 준이치는 전날 SNS에 "영화인 중에는 영화로서 '신문기자'를 평가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러나 이 시대에 그런 개봉 규모로, 저런 영화를 만들어 흥행시키고,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든 사실은 (의미가) 크다"고 썼다.

이어 "아베에 대한 불신이 비등점에 달하는 이때 TV에 소개조차 안 됐던 '신문기자'가 공중파로 흘러나온다.이토록 통쾌한 일이 어디 있으랴"라며 심은경 등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