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비판'에 일주일만에 달라진 靑의 미사일 대응

일주일 만에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반응이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분신으로 불리는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비판 성명 이후 이를 의식해 절제된 입장 표명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는 9일 북한이 일주일만에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발표한 입장과 차이가 뚜렷하다. 당시 청와대는 “관계 장관들은 북한이 작년 11월 말 이후 3개월만에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재개하고 특히 원산 일대에서의 합동타격훈련을 계속해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취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강한 우려’ ‘중단 촉구’ 등의 표현을 통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는 “관계 장관들은 북한이 2월 28일과 3월 2일에 이어 대규모 합동타격훈련을 계속하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지적했다”고만 언급했다.

달라진 청와대의 모습은 북한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여정은 3일 오후 늦게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 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한밤 성명’을 통해 “한·미 합동(연합)연습은 되고 자신들은 안된다는 건 적반하장”이라며 “(자신들의) 군사훈련은 자위적 행동”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남측은 첨단 전투기를 농약이나 뿌리자고 들여왔나”라며 “청와대의 비론리적이고 저능한 사고”라고도 했다. ‘완벽한 바보’라거나 ‘겁을 먹은 개’라는 원색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군도 군사 훈련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북측의 군사훈련만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남측을 향한 강한 불만이 성명을 통해 전달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북한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발사된 미상 발사체 3발을 발사했다. 이 발사체는 최대 190∼200㎞를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미군과 함께 이 발사체의 비행거리, 고도 등 구체적인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다. 북한은 작년 8월 24일 함남 선덕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한 지 일주일 만에 또 동해로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북한의 도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남쪽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한 지 닷새만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