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첫날 혼선…미입고·날짜착오·서류 미비로 헛걸음

배송 늦고 재포장하느라 판매지연…배당된 150장 30분만에 동나
요일 헷갈려 헛걸음…전산 입력전 다른 약국서 구매 '얌체족'도

공적 마스크를 배분하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전국의 약국 곳곳에서는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마스크 5부제에 따라 월요일인 이날은 1·6년생(19X1년, 19X6년, 2001년, 2006년, 2011년, 2016년생)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2장 살 수 있었으나, 약국마다 마스크 입고 시간이 달라 시민들이 여러 약국을 전전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현장에서는 적잖은 혼선이 빚어졌다.
이 제도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탓에 단순히 구매 요일을 헷갈리거나 관련 서류를 구비하지 않아 허탕을 친 시민도 많았다.

◇ "마스크 안 들어왔어요"…약국마다 물량 사정 '제각각'
이날 오전 10시 광주광역시의 한 약국을 찾은 A 씨는 벌써 6번째 빈손으로 약국 문을 나섰다.
그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 또는 6인 1981년생이어서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 구매에 나섰지만 계속 허탕을 치자 마스크 사기를 단념했다.

약국마다 주말 사이 재고를 모두 소진해 오후는 돼야 판매가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1986년생 B 씨는 아침부터 광교신도시 일대 약국을 돌아다녀 3번째로 방문한 곳에서 간신히 개인이 살 수 있는 마스크 최대량인 2매를 구매했다.앞서 찾은 약국 2곳에서는 아직 이날 판매할 마스크 물량이 입고되지 않은 탓이다.

강원도 춘천의 약국 대부분도 오전에는 마스크를 팔지 않았다.

아직 입고되지 않았을뿐더러 입고를 마친 약국들도 5매씩 묶음 포장된 마스크를 2매씩 재포장하는 작업을 거쳐야 해 애초부터 점심 식사 이후 판매를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장학리의 한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가 들어왔지만, 장갑을 끼고 조심스레 2매씩 개별 포장해야 해 오후 2시께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문 열기 전부터 손님들이 몰리고 문의 전화도 많아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의 약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오전 10시부터 대기 줄이 생긴 완산구의 한 약국에서는 "포장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니 나중에 다시 와달라"고 손님들에게 말했지만, 대기 행렬은 시간이 갈수록 길어졌다.

이 약국의 마스크 판매는 오전 11시가 다 돼서야 이뤄졌다.

규모가 제법 큰 약국임에도 처방전을 든 환자와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한데 몰리면서 약국은 금새 북새통을 이뤘다.

제주도는 미입고 등의 이유로 마스크 판매가 오후 들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마스크 판매 시각을 오후 5시부터로 정했지만,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아 도민들에게 빈축을 샀다.

마스크 5부제 첫날 이처럼 약국마다 다른 물량 사정에 따른 혼선이 전국 곳곳에서 빚어졌다.
◇ "분산될 줄 알았는데"…약국 앞 장사진 여전
서울 종로5가에 있는 한 대형 약국은 오전 10시부터 공영 마스크 150장을 판매했다.

지난주보다 대기 줄은 줄었지만, 이날도 약국 건물을 둘러싸고 수십명이 15m가량 줄을 섰다.

이 약국 관계자는 "5부제 시행전인 지난주에 비해 오늘은 대기 줄이 줄긴 한 것 같다"며 "다만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하고, 전산 입력을 해야 해 조금 지체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마스크 150장은 약 30분 만에 매진됐다.

수원 장안구의 약국은 마스크를 사려는 대기 행렬이 인도를 점령했다.

줄을 섰던 시민 박모 씨는 "마스크를 사려고 1시간이나 기다렸는데 결국엔 빈손이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부산 수영구 망미동의 한 약국 앞에도 약국 셔터가 올라가기 전부터 5명이 줄을 섰다.

이들은 약국 문이 열리자마자 신분증을 내밀고 마스크를 사 갔으며, 한 여성은 약사에게 마스크 몇장 더 살 수 없냐고 물었지만, 약사는 1인당 2장이 원칙이라고 답했다.

대전 시내 약국에는 '마스크 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내걸렸으나, 마스크 재고량을 묻는 시민 발걸음이 오후까지 이어졌다.

한 약사는 "마스크를 포장하고 판매하다 보니 다른 업무 볼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마스크를 사지 못한 손님 원망 소리만 온종일 듣다 보면 힘이 빠질 때도 있다"고 전했다.
◇ "주민번호 끝자리인 줄"…날짜 착오·서류 미비 사례도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도록 정한 날짜를 착오하거나 구매에 필요한 서류를 미비해 헛걸음하는 시민도 많았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약국에서 한 중년 여성은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운전면허증을 내밀었지만, 약사는 구매 가능한 요일이 아니라며 마스크 5부제를 설명했다.

이 여성은 약사에게 "아, 출생연도 끝자리였어요? 주민등록번호 제일 끝자리인 줄 알았죠"라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서대문구에 있는 또 다른 약국 관계자는 "오늘 오전 8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해 매진됐는데, 손님 중 10∼20%는 오늘 해당하는 날이 아닌데 찾아와서 돌려보냈다.

대부분이 어르신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원 아주대병원 앞 약국에서는 날짜를 착각한 시민이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약사의 말에 KF94 보건용 마스크 대신 아쉬운 대로 면 마스크를 샀다.

이 약국 주인은 "판매한 지 1시간여 동안 30명 정도가 마스크를 사 갔다"며 "구매 요일을 착각한 사람에게는 약국 내 매대에 진열된 면 마스크를 구매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연제구의 한 약국에서는 마스크 판매가 이뤄지는 와중에 7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약사와 약간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 남성은 "내 것 외에 손자 녀석 마스크를 사고 싶다"고 했으나 약사는 구비서류를 들고 와야 한다고 거절했다.

식약처는 마스크 5부제 대리 구매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10세 이하 어린이와 80세 이상 고령층은 대리 구매가 가능하지만, 이들과 함께 산다는 주민등록등본 등 구비서류를 제시해야 하며 해당 어린이나 고령층 역시 태어난 연도가 마스크 5부제 요일과 맞아야 한다.
◇ "현금만 받아요" 빈축…"한장이라도 더" 얌체족 등장
수원 팔달구의 한 약국은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현금만 받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민 남모 씨는 "해당 약국은 2장에 3천원인 KF94 마스크를 팔면 남는 게 없다는 이유로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 황당했다"며 "현금이 없다고 말하니 계좌이체를 하라며 계좌번호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약국 측은 "마스크가 워낙 비싸게 들어오는 탓에 마진이 100∼200원밖에 남지 않아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유아용 마스크를 살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도 있었다.

안산 단원구에서 마스크를 산 시민 염모 씨는 "2016년생인 자녀의 마스크를 사려고 1시간이나 줄을 서 약국에 들어갔지만, '유아용은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며 "성인용 마스크라도 달라고 했지만, '2016년생에게 성인용을 내줄 수는 없다'고 해 어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마스크를 하나라도 더 구매하려는 '얌체족'들도 보였다.

서대문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64) 씨는 "혼자 약국을 운영해 손이 부족해 손님이 오면 일단 장부에 주민등록번호를 적어두고, 나중에 일괄적으로 전산에 입력하는데, 전산 입력 전에 다른 약국에 가서 마스크를 또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마스크 5부제로 모든 이들이 한꺼번에 약국에 몰렸던 때보다는 구매 경쟁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월요일은 1·6년, 화요일 2·7년, 수요일 3·8년, 목요일 4·9년, 금요일 5·0년으로 출생연도가 끝나는 이들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2매 살 수 있다.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중 하나를 지참해야 한다.약국이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에 구매 이력을 입력하면, 구매자는 이번 주에는 더는 못 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