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女아냐?"·"불륜男이네"…인권위 "코로나 확진자 동선 공개 지나쳐"

"개인 특정 말고 시간장소만 공개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8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지난달 31일 휴업한 이마트 전북 군산점 입구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장소만을 공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9일 최영애 인권위원장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최근 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차례 노래방에 출입한 동선이 공개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업소녀 아니냐'라거나 기존 확진자인 형부로부터 처제가 감염되자 '불륜이 아니냐'는 등 근거 없는 추측과 함께 불필요한 사생활이 노출되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현재 확진자의 이동 경로 공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확진 환자가 날짜와 시간대별로 이동한 경로와 장소를 인터넷과 언론보도로 알리고 있다.

최 위원장은 "감염병의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감염환자가 거쳐 간 방문장소와 시간을 일정 부분 공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실제로는 확진 환자 개인별로 필요 이상의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다 보니 인권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확진 환자가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2차 피해까지 확산하는 상황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