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7%, -5%…글로벌 증시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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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증시 동반 폭락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로 세계 증시가 파랗게 질렸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1950선이 깨지고, 일본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225지수는 20,000선이 붕괴되는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공황장을 연출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VIX)지수도 이날 하루에만 30% 이상 급등했다.
무디스, 韓 성장률 전망 또 낮춰
상장사 영업익 전망치 줄줄이 하향
9일 코스피지수는 85.45포인트(4.19%) 내린 1954.77에 마감했다. 지난해 8월 후 처음으로 장중 1950선이 뚫리기도 했다. 이날 하락폭은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2018년 ‘검은 10월’의 기록(11일, -4.44%) 후 최대치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가 1조312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1999년 1월 3일 한국거래소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순매도액이다. 지난 3거래일간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2조239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내 증시에서 공포지수로 통하는 코스피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하루에만 31.82% 급등한 36.21을 나타냈다.
나빠지는 경제 전망이 매도세를 키웠다. 무디스는 이날 발간한 ‘글로벌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17일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내린 지 3주 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5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1%로 떨어뜨렸다.마드하비 보킬 무디스 수석연구원은 “지속적인 방역이 이뤄지더라도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상황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사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증권사 컨센서스(추정치 평균)가 있는 111개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8조9069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월 23일(21조3621억원)보다 4.2% 줄었다.
일본 증시는 이날 5% 넘게 폭락 마감했다. 닛케이225지수는 1050.99포인트(5.07%) 하락한 19,698.7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닛케이지수가 20,000선 아래로 마감한 것은 지난해 1월 4일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이날 대만 자취안지수는 3.0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01%, 홍콩 항셍지수는 4.23% 떨어졌다.‘나홀로 랠리’를 이어오던 미국 시장도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 S&P500지수는 각각 1.87%, 1.71% 떨어진 데 이어 9일 개장 직후 각각 6.9%, 7% 급락세로 출발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유럽 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유가 급락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 증시도 급락세다. 영국 FTSE지수는 9일 장 초반 8.61% 추락했고, 독일 DAX지수도 7.41% 급락세로 출발했다. 유럽에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는 FTSE MIB지수의 낙폭이 장중 11%를 넘기도 했다.
강영연/김진성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