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인가, '방학연장' 인가…교육청도 해석분분

급식종사자ㆍ미화원 등 비정규직 4개 직종 '출근중지' 지침에 반발
출근 안하면 '무급'…"교육공무직 복무차별 중단해야"
"개학연기는 방학연장" vs "방학과는 구분되는 비상상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 학교 개학이 연기된 가운데, 교육 당국이 일부 교육공무직종에게 '출근하지 마라'는 복무지침을 내놓자 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출근중지 대상인 '방학 중 비근무' 근로자들은 "개학이 연기된 것이지 방학이 연장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상 출근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령상 방학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가 없자, 교육 당국은 개학이 연기된 3주간이 방학기간인지 아닌지조차 통일된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기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여성노조·학교비정규직노조·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9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개학 연기로 방학 중 비근무자인 교육공무직들의 3월 월급이 증발했다"며 "도교육청이 방학중 비근무자에게만 무급 방학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에는 행정실무사, 급식실 조리종사자 등 24개 직종의 교육공무직들이 있다.

대다수는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상시근무' 형태로 근로계약이 체결되어 있지만, 4개 직종은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방학 중엔 근무하지 않고 기본급도 받지 않는 '방학 중 비근무' 근로자들이다.

해당 직종은 ▲ 급식 조리종사자 ▲ 유치원 방과후전담사 ▲ 특수교육지도사 ▲ 미화원 등으로 약 2만여명(도교육청 추산 1만5천여명)이다. 경기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2020년 3월 1일부터는 2019년 학사일정이 종료된 신학기 시작이며 방학의 연장이 아니"라며 "이는 초·중등교육법에도 명시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휴업 명령을 내린 상황인 만큼 방학중 비근무자를 포함한 교직원 모두 출근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방학중 비근무자들이 개학을 준비하기 위해 출근하겠다고 하자 도교육청은 각급 학교로 '출입통제' 통보문을 붙이라고 했다"며 "당사자들에게 '출근해도 임금은 주지 않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일터에는 '출입을 금한다'는 공고를 붙인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교육공무직 노조들의 주장에 교육 당국도 통일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64조를 보면 휴업(수업과 학생의 등교가 정지)과 휴교(단순한 관리 업무 외에는 학교의 모든 기능이 정지)의 개념은 있지만, 방학의 정의는 나와 있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부서에 따라 지금과 같은 휴업을 '방학 중이라고 봐야 한다'거나 '방학과는 다른 상황'이라는 등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교육공무직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도교육청 노사협력과 관계자는 "휴업이라는 개념 안에 방학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교육부의 개학연기(휴업명령) 방침은 방학이 연장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학 중 비근무자들이 출근해야 할 근거도 없고, 지금 출근한다고 하더라도 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학사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도교육청 학교교육과정과 관계자는 "지금은 국가적으로 휴업 명령을 내린 상황"이라며 "방학하고는 구분되는 비상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새 학기 학급편성도 다 됐고, 학급별 온라인 학습지도도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이 방학이라면 이런 교육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을 비롯한 17개 시도교육청은 방학 중 비근무자들의 생활 안정 대책으로 ▲ 연간 근무일수 유지(연간 임금총액 유지) ▲ 정기상여금 등 수당 및 복지비 선지급 ▲ 개학전 청소 근무(유급 출근) 2일 이내로 실시 등을 방안으로 마련했으나, 경기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를 거부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