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테크 기업들…AI 활용법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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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 녹아든 AI·로봇서울 을지로의 SK텔레콤 T타워엔 직원 없이 노트북만 달랑 놓인 자리가 있다. 인공지능(AI) 사원 ‘콥봇’의 자리다. 콥봇은 다양한 일을 한다. 전국에 깔려 있는 수만 개 통신장비의 임차료, 전기료 등 연간 총 10만 건이 넘는 데이터를 처리한다. 올해 초엔 한 직원에게서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생일에 맞춰 축하 문자와 선물을 발송하자 직원이 보낸 감사 메일이다.
SKT - '알고'가 사서 역할…24시간 도서관 이용 가능
KT - '전대리' '마비서'가 서류 처리해 운영비 70억 절감
네이버 - '어라운드'가 실내외서 커피·택배 배달해줘
카카오 - '카페 챗봇'으로 음료 주문하고 알림 기능도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인건비를 감축하기 위해 AI, 로봇 기술을 활용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이 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연간 약 3만3000시간에 해당하는 업무를 AI가 대신한다”며 “콥봇 덕분에 근로시간 단축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임차료 처리하고, 책 대출까지…
SK텔레콤은 지난해 AI 기반 자동화 솔루션(RPA)을 도입했다. RPA는 직원이 반복적으로 하는 업무를 AI가 대신해주는 기술이다. SK텔레콤 RPA의 명칭은 ‘콥봇’이다. 이름과 사번은 물론 가상 데스크톱(VDI)도 있는 엄연한 ‘직원’으로 24시간 일한다.과거엔 매년 10만 건이 넘는 통신장비 관련 임차료와 전기료를 담당 직원들이 처리했다. 청구서가 오면 분류하는 직원, 누락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직원, 전기료를 납부하는 직원이 따로 있었다. 서로 데이터를 맞춰보는 데만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고객 상담센터 직원들은 상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매일 아침 수십 건의 통계를 내려받아 엑셀로 분석했다. 이런 일들을 지금은 콥봇이 처리한다.
올초엔 T타워 내 사내 도서관에 새로운 로봇 직원이 채용됐다. AI 로봇 ‘알고’다. 책을 들고 서 있으면 AI가 책과 얼굴을 인식해 책을 빌려주고 반납해준다. 알고 덕분에 직원들은 24시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KT도 지난해 RPA ‘전대리’와 ‘마비서’를 도입했다. 전대리는 전표 처리를, 마비서는 출장비 계산 등을 도와준다. KT는 RPA 도입으로 연간 7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과거 밀린 전표를 정리하는 데 반나절 이상 걸렸는데 전대리 도입 이후 클릭 몇 번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반복적인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삼성SDS도 지난해 5월 RPA ‘브리티웍스’를 도입해 사내 1만7800여 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얼굴 인식으로 사내식당 결제도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제2 사옥을 로봇 친화형 건물로 짓고 있다. 얼굴 인식으로 출입하고, 자율주행로봇이 실내외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설계했다. 네이버가 개발·공개한 배송로봇 ‘어라운드 B’와 ‘어라운드 C’ 등이 직원에게 커피와 택배 등을 배달하도록 할 계획이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빌딩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LG CNS와 포스코ICT도 얼굴인식 출입 시스템을 도입했다. LG CNS의 AI 출입 서비스는 마스크, 안경 등 다양한 변수를 모두 판독한다. 포스코ICT는 사내 식당에서 얼굴 인식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는 사내에서 ‘카페 챗봇’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 챗봇을 통해 메뉴와 가격을 확인하고 주문한 뒤 알림이 오면 음료를 가지러 가면 된다. LG유플러스는 사내 인트라넷에 챗봇을 도입했다. 직원이 업무 및 임직원 정보 등을 물어보면 대화식으로 알려준다.
전설리/김주완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