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주저앉은 상장 리츠…'옥석 가리기' 시작됐다

상업시설 투자 리츠 '직격탄'

소비 줄어 임대료 수익 부진 우려
주거·오피스 투자 리츠도 '찬바람'

"지난해 과열로 인한 상승분 반납
배당수익률 고려하면 매력 여전"
Getty Images Bank
지난해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올 들어서는 비실비실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얼어붙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리츠 종목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 종목은 물론 상장을 앞둔 신규 리츠의 배당수익률과 투자자산을 면밀히 분석해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초 이후 줄줄이 하락한 상장 리츠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리츠코크렙은 587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주가 하락률이 13.68%에 달한다. 이리츠코크렙은 뉴코아아울렛과 엔씨백화점 등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리츠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가 지속되다가 최근 코로나19 사태 탓에 낙폭이 커졌다. 백화점과 아울렛이 소비 부진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임대료 수익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백화점, 아울렛 등에만 투자한 롯데리츠도 연초 대비 12.82% 주저앉았다.

주거나 사무용 시설에 투자한 리츠도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조정을 받은 건 마찬가지다. 신한알파리츠(-2.23%) NH프라임리츠(-9.20%) 케이탑리츠(-9.82%) 모두투어리츠(-8.63%) 에이리츠(-9.91%) 등 상장 리츠 전 종목이 연초 대비 하락세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츠가 지난해 과열에 따른 상승분을 반납했을 뿐, 높은 배당수익률을 고려할 때 투자 매력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주가 하락으로 주요 리츠 상품의 배당수익률(주당배당금/주가)은 6%대까지 올라왔다”며 “기준금리가 연 1.25%고, 전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인컴형 자산으로서의 매력은 오히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라 연구원은 “리테일 리츠인 롯데리츠와 이리츠코크렙의 주가 하락도 이들의 임대차 계약 구조를 고려할 때 업황 악화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했다.여기다 올해 최대 2조원대의 신규 공모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선택 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파이낸스타워를 1조6000억원에 매입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 가운데 5000억원가량을 공모 방식으로 상장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수원 센트럴푸르지오시티 내 복합상업시설에 투자하는 맵스리츠1호를 상장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의 첫 상장 리츠인 맵스리츠1호는 지난 4일 국토교통부 인가를 받아, 상반기 중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해 올해 상장될 공모 리츠 규모는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금창출 지표 살펴야”

7개 종목에 불과했던 국내 상장 리츠 시장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종목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리츠 가치를 평가할 때 주가 대비 운영자금(P/FFO) 지표를 주목한다. P/FFO는 일반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과 비슷한 개념으로 주가를 합친 시가총액(P)을 리츠의 현금 창출력인 FFO로 나눈 값이다. FFO는 순이익에서 감가상각비와 자산매각손실 등을 빼 리츠의 실질 배당능력을 보여준다. 리테일, 오피스, 주거용 등 투자 부동산의 목적에 따라 리츠를 분류한 뒤 동일 업종 내에서 P/FFO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키움증권은 4일 보고서에서 올해 롯데리츠와 이리츠코크렙, 신한알파리츠의 12개월 선행 P/FFO를 각각 16.6, 15.5, 22.2배로 추산했다.계약 구조도 검토 대상이다. 리테일 리츠는 건물 전체를 임대한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마스터리스 계약은 단일 임차인을 상대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임차인 관리나 공실률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리츠는 일종의 부동산 투자로, 장기투자가 필요하다”며 “단기적인 주가 변동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과 계약 형태 등을 분석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