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10년 주기 주식 폭락장?…고수익보다 리스크 관리 집중해야

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96) 코로나19와 금융투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Getty Images Ba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과 유가족부터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사람들, 진단검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들, 감염 우려로 움츠러든 사람들까지 모두가 고통을 견디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금융투자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코스피지수가 6개월 만에 2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국내 첫 확진자의 확진일이 1월 20일이고, 이틀 뒤인 1월 22일 코스피지수는 2267.25로 장을 마쳤다. 그리고 2월 28일까지 한 달여 만에 12.36% 하락했다. 주요 증권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주가 조정이 3~6개월 정도로 길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주가가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는 코로나19 사태의 진행 상황에 달렸다.
이번처럼 고점 대비 10% 넘게 주식시장이 하락한 해는 많았다. 카카오페이증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 동안 코스피지수의 고점 대비 하락률이 50%를 넘은 해는 4년이다. 30% 넘게 떨어진 해도 역시 4년이고, 20% 이상 하락한 해는 7년이다. 30년 중 절반인 15년은 하락률이 20%가 넘었다는 얘기다. 나머지 15년 중 12년은 하락률이 10%를 웃돌았다. 30년 중 최근 10년은 하락률이 비교적 작았기 때문에 이번 상황을 좀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10년 주기로 50% 이상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2008년)엔 고점 대비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50.3%에 달했다. 그로부터 10년 전인 외환위기 때도 50%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샤프슈터’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투자 전문가 박문환 씨가 저서에서 소개한 ‘10년에 한두 차례 하늘 문이 열린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2008년 ‘하늘 문이 열렸을 당시’ 투자자 A씨 사례를 보자. 이는 서울대 인류학과 김수현 씨의 석사학위 논문에 소개된 것이다.

A씨는 2008년 8월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에서 1300까지 주저앉았고 자신은 주식에 투자할 현금을 가지고 있어서다. A씨는 이번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가 선택한 종목은 ‘OO산업’이었다. 이 주식을 3만원 중반대부터 사모으기 시작했다. 이전 최고가가 10만원 이상이었기 때문에 주가가 충분히 싸다고 판단했다. 당시 A씨는 코스피지수가 많이 빠져봤자 1200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0에서 특별한 위기 없이 1300까지 내려왔으니 이제부터 사 모아서 기다리면 오를 것으로 생각했다.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판단한 A씨는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원래 투자금만큼을 더 투자했다. 더 많이 투자해서 더 많은 수익을 얻겠다는 욕심이었다. 그게 문제였다. 2008년 9월 15일 150년 역사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고 부실금융의 폭탄 피해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코스피지수도 곤두박질쳤고 OO산업 주가는 40% 급락했다. A씨는 원래 투자금과 신용대출 받은 투자금까지 합쳐 총 80% 손실을 봤다.

신용대출을 받은 증권사에선 주가가 빠져 돈이 부족하니 원금을 채워 넣으라고 계속 문자가 왔다. 돈을 넣지 않으면 증권사가 강제로 OO산업 주식을 팔겠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주식을 몽땅 팔았고 통장엔 500만원만 남았다. A씨는 다 끝났다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A씨가 눈물을 머금고 매각했던 OO산업 주가는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8만원대로 진입했다. A씨는 이때가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결국 자신의 예측이 맞았기 때문이다. 신용대출만 받지 않고 기다렸다면 수익을 볼 수 있었다는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다.A씨 사례는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나 앞으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하늘 문이 열리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A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