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예언처럼 된다"는 정치권 향한 비웃음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하다 하다 허경영을 따라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정치권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 한 사람당 100만원씩 나눠주자는 제안입니다. 이런 논의를 다룬 한국경제신문 기사에 "결국 허경영 말처럼 된다" 댓글이 여럿 달렸습니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만든 허경영이 20세 이상 성인에게 매월 150만원씩 배당금을 주자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 허경영을 따라 한다는 댓글은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실현된 현금성 정책은 허경영이 내놓은 것과 비슷합니다. 허경영은 2012년 18대 대선 후보로 등록하면서 출산수당 3000만원 지급을 공약했습니다. 8년이 지난 현재 지자체에서는 자녀 수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출산수당을 지급합니다. 허경영은 만 65세 노인들에게 건국수당이란 명목으로 매월 50만원을 주겠다는 약속도 했는데요. 이후 2014년 노인 대상 기초연금이 도입돼 70%의 노인이 매월 25만원씩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만원에서 5만원 인상됐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모병제 도입을 공약으로 검토했는데요. 국민혁명배당금당 역시 이번 총선에 전군 모병제 확대를 공약했습니다.

정부는 논란이 되자 "재난기본소득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여당인 민주당의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 앞서 "최근 일각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의 목소리 있다"며 "민생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제안 취지는 충분히 이해되나 지금은 조속히 추경 처리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당장은 기술적으로 추경에 재난기본소득을 반영하기 어렵지만 추후에라도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현금을 나눠주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재난기본소득이 무분별하게 도입되면 또 다른 상황이 발생했을 때 똑같은 요구가 빗발칠 거라고 경고합니다. 이는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일입니다. 야당조차 이런 포퓰리즘 행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재난기본소득 정도의 과감성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허경영 예언처럼 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에 웃음이 나오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퍼주다가 우리 아들, 딸들만 등골 휘게 생겼네요." 해당 기사에서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입니다. 미래 세대에 대한 걱정은 국민들만 하나 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