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일 인더케그 대표 "버튼 누르면 나만의 수제맥주…제조·유통 고민 한번에 해결"

IT 활용해 '스마트 맥주' 만든 강태일 인더케그 대표

맥주맛에 영향주는 온도·진동 등
IoT 기술로 센서 활용해 통제
발효과정 실시간 스마트폰 전송
강태일 인더케그 대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맥주 원료를 담는 ‘스마트 케그’를 소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맛있는 맥주를 맛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유통 과정에서 급격하게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산소, 열, 햇빛, 진동 등이 맥주의 맛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맥주 회사들이 블록체인을 비롯한 최신 기술을 동원해 유통망 개선에 나서는 배경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인더케그가 내놓은 해법은 ‘유통 과정이 문제라면 직접 맥주를 만들어 먹으면 된다’다. 이 회사의 ‘스마트 브루어리(양조장) 플랫폼’을 활용하면 수제맥주를 쉽게 제조하고 관리할 수 있다. 강태일 인더케그 대표는 “인더케그는 단순한 수제맥주 제조 기업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라며 “기기부터 소프트웨어(SW)까지 맥주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IoT 기술로 맥주 신선도 유지인더케그는 소비자에게 맥즙 등 맥주 원료가 들어간 18L 용량의 ‘스마트 케그(맥주통)’와 온도, 압력 등을 조절해 맥주를 발효시키고 보관하는 기기를 제공한다. 기기의 이름도 회사명과 같은 인더케그다. 스마트 케그를 장착한 뒤 시작 버튼을 누르면 맥주 제조가 시작된다. 발효부터 숙성까지 걸리는 시간은 1~2주다. 에일 맥주는 1주일, 라거 맥주는 2주일 가까이 걸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취향에 따라 풍미와 도수 등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맥주 제조기기 인더케그는 온도, 빛, 진동 등 맥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모두 통제한다. 제품에 붙어 있는 센서를 통해 맥주가 잘 발효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현재 상태가 어떤지를 소비자의 스마트폰으로 보내준다. 보관기 인더케그엔 스마트 케그를 10개까지 담을 수 있다. 소규모 동네 치킨집에서도 최대 10가지 맥주를 선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강 대표는 “특허를 낸 삼중산화방지 기술로 거의 완벽하게 산소를 차단할 수 있다”며 “세계적인 맥주 전문가들이 인더케그에서 5개월 보관된 맥주를 시음했을 때 모두 ‘방금 만든 것 같다’고 평했을 정도”라고 말했다.맥주 유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음에도 이 회사의 출발은 ‘가시밭길’이었다. 규제가 문제였다. 인더케그를 술로 분류했던 국세청은 술로 보기 힘들다고 말을 바꿨다. 맥주 재료와 제조기기를 파는 것일 뿐 술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주류 면허를 발급받지 못하면 기계만 팔아야 한다. 인더케그를 구입한 치킨집이나 호프집에서 주류 등록을 따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완제품인 맥주를 통한 판촉 활동도 불가능하다.

인더케그는 최근에서야 국무조정실과 국세청의 적극행정을 통해 면허를 발급받았다. 강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국세청 법령해석과부터 찾았다”며 “법령해석과가 주류 면허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설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CES2020 혁신상 수상
인더케그는 해외에서 더 주목을 끌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 혁신상을 받은 것은 물론 중국과 대형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이달 초 중국 현지 유통업체 ITK-HK와 3520만달러(약 420억원)에 이르는 계약을 맺었다. 3년간 인더케그 8800여 대를 납품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스마트 케그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더해지는 매출을 합치면 최소 5000만달러(약 600억원) 규모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과 인도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영국, 독일, 호주,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구매 요청이 오고 있으나 현재 규모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더케그는 시드투자로 받은 투자금이 약 60억원이다. 추가 투자 유치로 생산 규모를 키우는 한편 무알코올맥주, 와인, 전통주 등 다양한 주류 제품 개발도 할 예정이다.인더케그는 맥주 제조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여러 사업자가 맥주 레시피를 개발하면 인더케그의 기술을 활용해 맥주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양조장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비용으로 제조가 가능해 수제맥주 열풍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논리다. 강 대표는 “정보기술(IT)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맛있고 저렴한 맥주를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