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와 이별하는 영화,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죠"
입력
수정
영화 '이장' 연출 정승오 감독 "가부장제의 문제가 가족에서 확장해 나가 사회에서도 발생한다는 것 표현하고 싶었죠."
다섯 남매가 아버지 묘 이장을 위해 모인다. 막내 남동생은 잠적하고 네 자매만 나타나자 큰아버지는 "어떻게 장남도 없이 무덤을 파냐"고 호통을 친다.
장녀는 남편과 헤어지고 아들을 홀로 키우며 사는데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자 회사는 퇴사를 권고한다.
둘째는 돈 많은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 셋째는 결혼을 앞고, 넷째는 첨예한 남녀갈등이 벌어지는 대학을 10년째 다닌다.
영화 '이장'은 다섯 남매 각각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이 모였을 때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의 가부장제를 비판하고 해체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장'의 정승오(34) 감독은 "영화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우리 집도 제사를 지냈는데, 제사라는 것이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미 있는 의식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준비하고 행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차별을 받는 풍경을 봤어요.
보통은 가족 내의 여성이었고요.
가족 내에서 남성이기 때문에 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못하는 성 역할의 구분이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그 정체는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시나리오 작업이 시작됐죠." 그는 "영화 속 인물들이 가족을 떠나서 독립한 이후에도 가족적인 차별이 사회로 확장되고, 여기서 생기는 고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했다"며 "여성 서사를 쓰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의 이야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오남매와 큰아버지, 큰어머니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가부장제와 이별한다.
가부장으로 상징되는 존재를 다시 꺼내 화장하고 작별한다.
"가부장제와 작별하고 난 뒤에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모습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 속 인물들이 사는 사회는 일종의 과도기고요.
공존과 조화가 첫 번째 단계가 되겠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어요.
"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았지만, '이장'은 제35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신인 감독 경쟁 부문 대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가 수여하는 넷팩상 등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공감을 얻었다.
정 감독은 "온도 차이만 있을 뿐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한다"며 "남성 중심적인 문화는 어디에나 있고 거기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장'은 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20대 시절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을 겪고 힘겨워하던 자신에게 큰 힘이 된 영화 '패치 아담스'를 보고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장'은 그의 단편 영화 '새들이 돌아온 시간'에서 출발했다.
이 영화 속 네 자매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썼고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프로젝트마켓(JPM)에 출품했다.
그는 최근 여성의 목소리,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한 영화가 많아진 것에 대해서는 남성 감독으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그동안 성별만 여자고 남자 캐릭터의 모습을 한, 소비되기만 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특히 남성 감독의 영화에서요.
여성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앞으로는 남성 감독들로부터도 그런 캐릭터가 나와야 하지 않나 싶어요. "
/연합뉴스
다섯 남매가 아버지 묘 이장을 위해 모인다. 막내 남동생은 잠적하고 네 자매만 나타나자 큰아버지는 "어떻게 장남도 없이 무덤을 파냐"고 호통을 친다.
장녀는 남편과 헤어지고 아들을 홀로 키우며 사는데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자 회사는 퇴사를 권고한다.
둘째는 돈 많은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 셋째는 결혼을 앞고, 넷째는 첨예한 남녀갈등이 벌어지는 대학을 10년째 다닌다.
영화 '이장'은 다섯 남매 각각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이 모였을 때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의 가부장제를 비판하고 해체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장'의 정승오(34) 감독은 "영화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우리 집도 제사를 지냈는데, 제사라는 것이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미 있는 의식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준비하고 행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차별을 받는 풍경을 봤어요.
보통은 가족 내의 여성이었고요.
가족 내에서 남성이기 때문에 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못하는 성 역할의 구분이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그 정체는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시나리오 작업이 시작됐죠." 그는 "영화 속 인물들이 가족을 떠나서 독립한 이후에도 가족적인 차별이 사회로 확장되고, 여기서 생기는 고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했다"며 "여성 서사를 쓰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의 이야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오남매와 큰아버지, 큰어머니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가부장제와 이별한다.
가부장으로 상징되는 존재를 다시 꺼내 화장하고 작별한다.
"가부장제와 작별하고 난 뒤에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모습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 속 인물들이 사는 사회는 일종의 과도기고요.
공존과 조화가 첫 번째 단계가 되겠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어요.
"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았지만, '이장'은 제35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신인 감독 경쟁 부문 대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가 수여하는 넷팩상 등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공감을 얻었다.
정 감독은 "온도 차이만 있을 뿐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한다"며 "남성 중심적인 문화는 어디에나 있고 거기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장'은 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20대 시절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을 겪고 힘겨워하던 자신에게 큰 힘이 된 영화 '패치 아담스'를 보고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장'은 그의 단편 영화 '새들이 돌아온 시간'에서 출발했다.
이 영화 속 네 자매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썼고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프로젝트마켓(JPM)에 출품했다.
그는 최근 여성의 목소리,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한 영화가 많아진 것에 대해서는 남성 감독으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그동안 성별만 여자고 남자 캐릭터의 모습을 한, 소비되기만 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특히 남성 감독의 영화에서요.
여성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앞으로는 남성 감독들로부터도 그런 캐릭터가 나와야 하지 않나 싶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