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년차 휴가 26일' 뒤늦게 바로잡은 부실입법

과오 인정하고 22개월 뒤 재개정
'근무 안해도 연차 15일' 문제 남아

백승현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지난 6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연차휴가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법은 이르면 오는 17일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달 초부터 시행된다.

개정법은 1년차 근로자가 전월 근로의 대가로 받는 연차휴가권(총 11일)의 유효기간이 입사일로부터 1년으로 제한되고, 1년차 근로자에게도 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 연차휴가는 발생일로부터 1년간 유효하고, 사업주가 휴가를 권고했음에도 근로자가 쓰지 않으면 수당 청구권이 사라지는 사용촉진제도는 2년차 이상에게만 적용됐다.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정부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있는 정치권이 자정 가까운 시간에 서둘러 법 개정을 한 이유는 뭘까. 정부와 국회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1월 갓 입사한 근로자에게도 ‘쉴 권리’를 주자며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에 따라 입사 후 최초 2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는 총 26일(1년차 11일+2년차 15일)로 늘어났다. 이전까지는 1년차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쓰면 사용한 일수만큼 이듬해 발생하는 연차휴가(총 15일)에서 제외했으나 법 개정으로 입사 후 2년간 총 26일의 휴가가 생긴 것이다. 노동계는 환영했고, 경영계는 사업주 부담은 늘게 됐지만 취지에 공감하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문제는 법 개정 이후 고용노동부가 개정법에 대해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총 26일의 연차수당 청구권이 있다고 행정해석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이후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휴가를 쓰는 대신 갓 1년을 일하고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함께 최대 26일치(휴가를 하루도 안 갔을 경우) 연차수당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졌고, 사업주들은 “1년 일하고 관둔 직원에게 거의 한 달치 월급을 더 주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근로자 휴가 보장’이라는 취지로 만든 법은 엉뚱하게 1년 미만의 단기 근로자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법은 입법 과정부터 서툴기 그지없었다.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는 두지 않고 ‘1년차에 사용한 휴가 일수를 2년차 휴가에서 뺀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60조 3항만 덜렁 삭제한 것이다.

해당 법이 시행된 시점은 2018년 5월. 정부는 문제가 불거진 지 22개월이나 지나서야 부실 입법임을 인정하고 시정했지만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재개정에도 불구하고 1년 계약직 근로자가 퇴사하면 2년차 휴가(15일)에 대한 수당은 지급해야 한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연차휴가가 전년도 근무의 대가인 것은 맞지만 계속근무가 전제돼야 한다”며 “더군다나 1년 계약직의 퇴직 후 연차휴가에 대한 판례는 없다”고 지적한다. 한번 잘못 끼워진 노동 입법의 단추가 얼마나 노사 양쪽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는지 정부와 국회는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