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규제에 반사이익…꼬마빌딩 몸값 '껑충'

5년간 두 배 가까이 올라

주택규제로 투자수요 몰려
80억까지 종부세 제외 '매력'

은평구 대조동 13.5억 3층건물
2년새 130% 올라 31.2억 거래
공실률이 늘어나고 임대료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꼬마빌딩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한경DB
대기업 임원을 지낸 A씨는 2017년 은퇴한 뒤 퇴직금과 대출을 활용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3층짜리 건물을 36억9000만원에 구입했다. 건물은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통으로 임대했다. 당초 단기 매도 전략을 고려했던 A씨는 임대료를 받아 은행 대출 금리를 갚는 데 쓰면서 보유 기간을 계속 늘려나갔다. 주변 건물 호가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던 A씨는 지난해 53억원을 받고 건물을 되팔았다.

경기 부진에 공실률과 임대료 지표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꼬마빌딩(10층 이하의 소규모 건물) 가격이 강세를 띠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유동성이 증가하고 정부의 아파트시장 규제에 의한 대안 투자처로서의 입지가 강해지면서 꼬마빌딩 가격이 올라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꼬마빌딩의 가격 상승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했다.꼬마빌딩 5년간 93% 올라

12일 토지건물 정보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꼬마빌딩 가격은 최근 5년간 두 배나 뛰었다. 밸류맵이 2015~2019년 거래된 서울의 업무상업시설을 전수조사한 결과 서울의 연면적 99~300㎡ 규모 빌딩, 일명 ‘꼬마빌딩’의 3.3㎡당 가격은 2057만원에서 3980만원으로 올랐다. 상승률은 93.5%에 이른다. 규모가 다른 빌딩에 비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99㎡ 이하, 300~1650㎡, 1650㎡ 이상 규모의 빌딩은 각각 69.8%, 82.7%, 42.9% 올랐다.

은평구 대조동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145㎡) 건물은 작년 3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건물은 2017년 1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년 새 130% 넘게 뛰었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1층에는 음식점과 호프집, 2층에는 휴대폰 수리점이 들어와 있다”며 “주변에 큰 호재가 있었던 건 아닌데 가격이 급격하게 뛰었다”고 말했다.

용산구 한남동 지상 1~2층(연면적 203㎡) 건물은 지난해 6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2017년 40억원에 거래된 건물이다. 강남구 역삼동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299㎡) 건물은 2014년에 15억원, 2017년 24억원, 지난해 29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5년에 걸쳐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과잉 유동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의미하는 부동자금은 작년 12월 기준 1045조원에 달했다. 시중 부동자금은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합계한 금액으로 2015년 1월에는 691조원 규모였다. 5년 새 354조원 불어났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중 금리가 낮고 돈이 넘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꼬마빌딩으로 자산이 몰렸다”고 분석했다.코로나19, 매물 부족 등으로 더 오를 것

정부의 주택 규제도 꼬마빌딩 투자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12·16 부동산 대책’까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는 0.6~4% 치솟았다. 반면 업무상업시설에 대해서는 건물가격을 제외한 토지만 과세 대상이다. 그중 80억원까지 공제 대상이다. 건물과 토지가격을 합한 금액이 10억~50억원가량인 꼬마빌딩은 사실상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양도세도 주택과는 다르게 주택에 적용되는 규제 지역별 중과 없이 기본소득세율인 6~42%만 내면 된다.

향후 가격 전망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비관론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가격이 더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 위기와 실물경제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비관론의 근거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이 100조원을 넘는다”며 “공실과 폐업 사태가 장기화되면 건물주들이 줄줄이 경매를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꼬마빌딩 가격이 많이 오른 영향으로 매수세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꼬마빌딩 거래량은 2015년 1059건에서 2016년 1310건, 2017년 1036건, 2018년 724건, 2019년 707건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낙관론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호재로 지목한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이 심화되면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꼬마빌딩의 인기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동 팀장은 “향후 주택경기마저 불안정해 꼬마빌딩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