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이어 46조 경기부양 나선 英…"향후 더 풀 것"

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충격을 막기 위해 잇따라 ‘돈풀기’에 나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쳐 심각한 경기침체가 찾아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재무부는 11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 첫 예산안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양을 위해 300억 파운드(약 46조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50억 파운드는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포함한 공공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70억 파운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지원된다. 코로나19 증상이 없더라도 자가 격리를 권고받은 이들에 병가급여가 지급된다. 병가급여를 받을 수 없는 자영업자는 고용지원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


재무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직접적인 경기부양 외에도 오는 2025년 중반까지 도로와 철도, 인터넷, 주택 등 인프라 구축에 6000억 파운드(약 924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사진 왼쪽 세 번째)은 “우리 경제는 튼튼하고 재정은 건전하다”며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 왼쪽 두 번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긴축정책을 완전히 폐기했다고 분석했다.

재무부는 엄격히 지켜왔던 재정준칙인 ‘2%룰’도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내로 관리해 왔다. 재무부는 이번 경기부양에 따라 당초 GDP 대비 1.8%였던 관리재정수지가 2020~2021년 2.4%, 2021~2022년 2.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낙 장관은 “재정준칙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재정지출을 더 늘릴 방침이라는 뜻도 내비쳤다.앞서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 특별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0.2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금리 인하에 찬성했다. 연 0.25%는 영국 기준금리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국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부터 연 0.5%에서 변동이 없다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인 2016년 8월 연 0.25%로 인하됐다. 영국은행은 이어 2017년 11월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5%로 올렸고, 9개월만인 2018년 8월 다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후 열린 통화정책위원회에서는 지금까지 기준금리가 계속 동결돼 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