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현금성 지원' 목소리…청와대 "고민 중"

정·청 "취지 공감하지만 논할 상황 아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 코로나19 극복 추가경정예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민생·경제 충격 극복을 위해 정부가 현금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와 정부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11조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의 11조6000억원을 넘어선 역대 감염병 추경 최대규모다.그럼에도 재정투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추경 증액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지자체에서는 현금성 지원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전국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60만원치 상품권을 주는 재난긴급생활비 지원을 건의했다.

청와대는 신중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제안이 나온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이미 제출한 추경안을 통과시키고 집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지금 2차 추경을 말할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만 수면 아래에서는 추가적인 현금지원책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의 추경 규모만으로 경제 충격을 다 극복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주장이 나온 취지 자체에는 공감을 한다"고 말했다.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역에서 강력한 요구가 나온다면 정부도 이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일례로 대구·경북(TK)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 역시 정부는 신중론을 펴 왔으나, 대구시장과 정치권에서의 요청에 따라 최근에는 '긍정 검토' 쪽으로 분위기가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생각할 수 있는 대책을 책상 위에 모두 꺼내놓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구시장이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했기에 여러 요건이나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부담 요인은 남는다. 재난기본소득은 재정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며 지원대상자를 분류·검토하는 어려움도 예상된다.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예산 퍼주기라는 비판 가능성도 여권에는 부담이다.한편 일본은 육아 세대에 초점을 맞춰 코로나19 대응 긴급 경제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휴업 등 일을 쉬어야 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가계 부담이 커지는 육아 세대에 현금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아동수당 증액과 베이비시터 보조, 아동 보육 지원강화, 재택근무 환경 정비 등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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