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빗장 건 트럼프, 한국에는 '여행제한 조기완화' 깜짝카드

확진자 둔화세 더해 한국 코로나19 대응 평가·동맹요인 파장 등 고려한 듯
유럽-한·중 분리대응…대선국면서 향후 추이따라 안심하긴 이르다는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한국에 대한 여행 제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영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에 대해 30일간 한시적 입국 금지 조치로 사실상 '빗장'을 걸어 잠그는 초강수를 둔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같은 날 여행경보 상향조치가 이뤄졌던 한국과 이탈리아 간에 결과적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상황 개선에 따른 '재평가'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입국제한 등의 추가 조치 가능성에 촉각을 세워온 한국의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한국의 확진자 둔화세와 함께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긍정적인 평가를 반영해주는 것이라는 점에서다.

한미동맹의 잠재적 불안 요소 하나를 일단 걷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추가조치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발표됐다.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선언한 이날 대응 대책을 발표하면서 한국과 중국에 대한 여행규제 완화 가능성을 거론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한국 입장에서 전향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적절한 때 검토할 수 있다"며 한국 등에 대한 여행제한 가능성을 열어둔 뒤 그동안 '우리가 문제를 갖고 있지 않은 지점에 놓일 때'까지 여행제한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동안 한미간 의견 교환 과정 등에서 전해지는 분위기는 추가 제한은 없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으나, 대국민연설 일정이 이날 오후 예고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스타일을 감안할 때 돌발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제기되기도 했다.특히 '완화 시사'는 우리 쪽에서도 사전에 예상못한 '깜짝 발표'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완화 또는 해제 시점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구체적 시기에 대해 "국내 확진 추세가 확실히 꺾여야 할 테니 그런 흐름을 좀 봐야 할 것이다.

당장 해제하기보다는 상황을 봐가면서 할 것"이라며 미국행 비행기 탑승객에 대한 출국 시 의료검사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대구와 그 외 지역에 대한 경보 수위가 다른 만큼, 제한 해제가 재평가 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 한국·중국에 대한 분리대응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일차적으로는 유럽 지역이 최근 들어 일일 신규 확진자 기준으로 대륙별로 가장 많은 추세를 보이며 급증한 반면 발원지로 지목되는 중국의 경우 확진자가 확연히 줄어들고 한국도 증가세가 꺾인 상황과 무관치 않다.

또한 이들 유럽 국가는 솅겐 조약에 따라 여행객이 비자나 여권 검사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국경을 열어두고 있어 코로나19 차단에 허점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방역 조치와 역량, 투명성 등을 높이 평가한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으로부터의 감염 유입 문제와 관련, 미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한국의 선제적 조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와의 투명한 정보공유 등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지난 1일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및 이탈리아 정부에 대해 '매우 선진화된 공중보건과 의료시스템', '투명한 리더십', '정부 차원의 매우 적극적인 조치 단행'을 평가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2일 트윗을 통해 한국·이탈리아 정부의 퇴치 노력 및 투명성에 감사하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주한미군 문제를 비롯한 한미 동맹과 안보협력과 경제에 미칠 여파 등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차단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입국 규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보도하면서 한국의 경우 미군이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한국에 대한 여행제한 완화 가능성이 나온 것은 미 행정부가 지난달 29일 한국과 이탈리아에 대한 여행경보를 격상한지 11일만이다.

당시 국무부는 한국과 이탈리아 국가 전체에 대해서는 3단계인 '여행 재고'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대구,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지역을 최고 등급인 4단계 여행 금지 대상으로 공지한 바 있다.

다음날인 1일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험 국가 및 지역'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 출국 시에 더해 미국 입국 후에도 의료검사를 하겠다며 입출국시 검역 강화 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내, 그리고 미국내 발병 추이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즉흥적이고 예측불허의 평소 스타일에 비춰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최대 난제로 떠오른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계속 궁지에 몰릴 경우 미국 국내용 국면 돌파 등을 위해 고강도 조치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 4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아직 보건당국으로부터 한국 등에 대한 추가조치 권고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우리는 관련 데이터를 매우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발병사례들을 지켜보고 있다"며 여지를 둔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