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추경 늘려라"…홍남기 해임까지 들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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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18兆 이상으로 증액요구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이 부족하다며 경제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의 해임까지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재부가 국가빚 우려하자 질타
이 대표는 지난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 관련 기재부의 입장을 보고받고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이렇게 한가한 얘기를 하고 있느냐”며 “(홍 부총리를)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국가 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우려한 기재부에 대해선 “지금 부채 걱정하는 공무원이 있으면 되겠느냐”는 질타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격노했다”며 “경질이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홍 부총리가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당이 나서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11조7000억원 규모인 정부 추경안 규모를 18조원 이상으로 늘리자고 요구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사한 증액 규모가 총 6조3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이라며 “최소 이 정도의 증액은 반드시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안에 상임위의 증액 요구액까지 합하면 전체 추경 규모는 18조원을 넘게 된다.홍남기 ‘추경 증액’ 신중론에…이해찬 “국가 위기 상황서 할 소리냐” 버럭
여당이 정부에 추가경정예산 증액을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증액에 난색을 보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해임 건의’ 엄포까지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내에서도 “여당이 힘을 실어줘도 모자랄 판에 경제 수장 해임을 언급한 건 코로나19 대응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이 대표와 홍 부총리 간 파열음은 지난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불거져 나왔다. 이 자리에서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추경 증액 관련 보고를 듣던 이 대표가 갑자기 호통을 쳤다. “국가 재정건전성 때문에 추경 예산 규모를 대규모로 증액하는 건 어렵다”는 홍 부총리의 입장을 전해 들은 직후였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국가가 위기 상황인데 공무원들이 국가채무비율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 안 된다”며 “(조 의장이) 강력하게 증액을 건의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홍 부총리를 물러나라고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계속 소극적으로 나서면) ‘해임 건의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있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기재부는 지난 5일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 상임위원회에선 총 6조3000억~6조7000억원 증액 요구가 나왔다. 국회는 기재부 동의 없이 임의로 예산안을 증액할 수 없다. 청와대도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12일 연합뉴스TV ‘뉴스큐브’에 출연해 “(지금 제출한) 추경이 통과된다고 해서 그게 정부 대책의 끝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한 대책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기재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부총리가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원이었지만 올해는 800조원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며 “빚을 왜 더 늘리지 않느냐고 압박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선 여당이 코로나19 사태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책임은 정부에 뒤집어씌운다는 비판의 시각도 나온다. 4·15 총선을 앞두고 나빠진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란 뜻이다.
정치권에선 홍 부총리에 대한 해임 발언이 ‘내로남불’이란 지적도 나온다. 작년 12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홍 부총리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을 당시 조 의장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예산 부수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서 홍 부총리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는 건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김우섭/김소현/이태훈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