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사흘 만에 또 '서킷 브레이커'…유럽도 장중 10% 안팎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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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대유행' 선언·美 유럽봉쇄 충격파…세계증시 추락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발(發) 여행객의 입국을 앞으로 30일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라고 선언하자 글로벌 증시가 공황(패닉)에 빠졌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수요 급감
2~3분기 기업 실적 붕괴 불가피"
다우 고점 대비 20%↓ 약세장 진입
"세계 GDP 10%가량 줄어들 수도"
미국 뉴욕증시는 12일 개장과 동시에 폭락세를 보이면서 주식 거래를 일시 중지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 급등락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5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제도다. 뉴욕증시 전반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기준으로 7% 이상 출렁이면 발효된다.이날 S&P500지수는 오전 9시30분 6%대 폭락세로 개장한 뒤 5분 만에 7%대로 낙폭을 확대했다. 192.33포인트(7.02%) 하락한 2549.05에 거래가 중단됐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9일에 이어 사흘 만이다. 거래는 9시50분 재개됐지만 이후에도 낙폭은 커졌다.
장 초반 초대형 블루칩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나란히 8~9%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투자자의 공포감이 커진 영향이다. 이날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 증시도 장 초반 10% 안팎 폭락세를 나타냈다.
미 증시 전문가들은 11년간 이어진 강세장이 막을 내리고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10% 이상 추가 하락을 전망했다.앞서 11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464.94포인트(5.86%) 급락한 23553.22에 마감됐다. 지난 2월 12일 사상 최고치(29568.57)를 기록한 지 19거래일 만에 20.3% 하락했다. 이런 하락장 진입 속도는 사상 최단 기록이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과거 약세장 진입에는 평균 136거래일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9년 3월부터 이어진 미국 증시 역사상 가장 길었던 강세장이 11일로 끝났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경기 확장기가 마지막에 달했다는 우려를 높인다”고 보도했다. 앨런 블라인더 전 미 중앙은행(Fed) 부의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경제가 코로나19 공포로 이미 침체가 시작됐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약세장이 시작되면서 S&P500지수가 최고치에서 평균 36% 떨어졌으며, 하락 기간은 평균 7개월 지속됐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도 이 같은 장세가 진행되면 S&P500지수는 오는 9월께 약 2200에서 바닥을 찾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브루킹스연구소는 코로나19가 최악의 팬데믹 중 하나였던 1918년 스페인 독감 수준의 피해를 안긴다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9조달러(약 1경802조원)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 세계 GDP가 88조달러로 추정되는 만큼 10%가량의 GDP가 줄어드는 셈이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주식전략가는 “공급망이 훼손됐고 많은 산업군에서 최종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며 “기록적인 금리 하락에도 2~3분기 기업 실적 붕괴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기업 실적이 올해 5% 이상 타격을 받으면서 S&P500지수도 245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증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3.87% 하락한 1834.33을 기록했다. 지수 1900선이 무너졌을 뿐 아니라 장중에는 1808.56까지 떨어지며 18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장중 낙폭이 5%를 넘으면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011년 10월 4일 이후 약 8년 5개월 만이다.일본 증시 닛케이225지수도 4.41% 급락한 18,559.63에 거래를 마쳤다. 2017년 4월 24일 이후 2년11개월 만에 지수 19,000선이 뚫렸다.
뉴욕=김현석/도쿄=김동욱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