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코로나19, 시장의 논리로 대응해야

글로벌 공급망 이해 못한 채
수요·공급 통제하려 한
'정부 실패' 결과가 마스크 대란

바이러스 세계화란 부작용은
'정부 만능' 망상에서 벗어나
민간·시장 논리로 접근해야

김인영 <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12일 기준 118개국에서 감염 확진 사례가 13만 건을 넘었다. 사망자도 4600명에 달한다.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이 됐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인간 이동의 자유화가 가져온 결과다. 한마디로 세계화의 산물이다. 세계화는 국민국가를 바탕으로 한 경제활동 및 교류가 국경을 넘어 세계로 퍼져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이다.

세계화에는 명암이 교차한다. 교류와 교역이 확대돼 부와 일자리가 늘어나지만, 실크 로드(silk road)가 바이러스 로드(virus road)로도 기능하는 등 병원균을 급속히 전파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은 세계화로 연결된 지구촌에서 유행병이 세계 각지로 전파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전염병의 유행 주기가 짧아질 것이란 사실도 알려준다. ‘질병의 세계화’에 대해 각국은 입국금지와 교류 차단이라는 지역화·고립화로 대처하고 있지만, 결국 촘촘한 연결망으로 인해 개별 국가가 완전히 단절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코로나19로 드러난 세계화의 또 다른 부작용은 국가 간 경제적 상호 의존성의 강화가 상호 취약성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 간 취약성이란 원료와 부품이 글로벌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어 완제품 생산이 좌우되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 발병 직후 현대자동차는 중국으로부터 ‘와이어 하네스’ 공급이 중단돼 생산라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닛산은 부품 부족으로 일본 내 자동차 생산을 중단했다. 이탈리아 전체가 이동금지로 묶이게 된 지금, 유럽은 자동차 부품 부족으로 완성차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탓에 생겨나는 부품 부족에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마스크 대란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 그리고 시장의 수요·공급을 정부가 통제하려 했던 ‘정부 실패’의 결과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마스크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한 생산능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원자재가 들어오지 못하면 국내 생산능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간과한 발언이었다. 결국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정부는 수출제한에 나섰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마스크 원료인 MB필터를 공급하면서 생산량의 50%를 가져갔던 중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에 대한 원료 공급을 중단해 생산량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그제야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의 의미와 수요·공급이라는 경제학의 기본원칙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정부는 마스크 대란 초기에 하루 국내 생산 900만~1000만 장으로는 경제활동인구 2800만 명의 하루 수요조차 맞출 수 없으며, 글로벌 공급망 때문에 생산을 쉽사리 늘릴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마스크 착용에 대한 그릇된 메시지를 보냈을 리 없다. 마스크 공급을 통제하겠다는 ‘전능한 정부’는 지난 40일간 말 바꾸기로 그 본질이 드러났다.코로나19를 극복하게 되면 주인공은 허둥지둥했던 정부가 아니라 불평 없이 묵묵히 일한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 의료 시스템이 돼야 한다. 마스크 품귀 현상도 국가 간 무역이 해결해줄 것으로 보인다. 생산한 마스크를 정부에 공출당해 국산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보이자 틈새를 노려 중국산 마스크가 다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온라인 장터에서는 중국산 마스크가 대세다.

지구촌이 맞고 있는 바이러스의 세계화와 난민의 세계화 등도 민간과 시장의 논리로 볼 때라야 해결이 가능하다. 유럽연합(EU)은 시리아·북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지만, 국경 장벽이 시장의 수요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주도의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재입국 기회를 준다”고 약속한 것에서 보듯이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유입을 정부가 홀로 막기는 벅차다. 지구촌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세계화, 난민의 세계화로부터 시장·정부·국가가 함께 협력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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