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의 싸움' 과학계 "코로나치료제 후보 1700개 뒤져 5월초 결과도출 목표"

'코로나19 중간점검' 과총·한림원·연구회 온라인 공동포럼
화학硏 사용가능 후보약 스크리닝, 생명硏 영장류 동물실험
한국화학연구원 CEVI 융합연구단은 기존에 알려진 사스와 메르스 중화항체에서 코로나19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를 발견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선 과학기술계가 ‘시간과의 싸움’을 벌인다. 통상 몇 년씩 걸리는 신약개발 과정을 대폭 단축해 이르면 5월 초쯤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가능한 성분을 찾아내겠다는 계획이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12일 열린 ‘코로나19 중간점검’ 공동포럼에 패널로 나서 “당장 벌어진 이 사태를 막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백신·치료제 개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4개 단체가 과학기술적 관점에서의 현황 점검 및 대처방안 논의를 위해 마련한 포럼은 코로나19 우려에 따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절차 및 시간 단축을 최우선과제로 강조한 류 센터장은 “이미 인간에 대한 독성시험을 마친 약들 중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적합한 성분을 세포 수준에서 빠르게 찾아낸 다음 곧바로 영장류에 대한 동물실험을 진행해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스크리닝(screening) 작업은 한국화학연구원과 파스퇴르연구소가 진행중이다. 최근 코로나19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발견한 화학연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의 김형래 바이러스치료제팀장은 “현재 나와 있는 약품들을 스크리닝하고 있다. 효과가 있는 것을 검증해 의료진에 권고할 것”이라고 했다.기존 약에 대한 스크리닝은 ‘약물 재창출’ 과정의 일환이다. 효능과 안전성 검증을 거쳐 다른 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기존 출시 약물들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에 적합한 성분을 찾는 것. 이를 위해 화학연과 파스퇴르연구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약 1700개 약을 뒤지고 있다. 스크리닝 작업은 빠르면 다음달 초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류 센터장은 “스크리닝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이 도출되면 다음 단계는 동물실험이다. 생명연은 국내에서 영장류 실험이 가능한 유일한 기관으로 가능한 5월 초까지 동물실험 결과를 얻어 치료제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보통 쥐, 돼지, 원숭이 순서로 몇 차례 동물실험을 거치는데 코로나19 상황이 급박한 만큼 이 절차도 최대한 간소화하겠다는 얘기다.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은 에볼라(렘데시비르) 에이즈(칼레트라) 인플루엔자(아비간) 치료제 또는 개발중인 신약 후보물질이다. 단 이들 치료제의 투약 효과를 확인해도 코로나19에 맞게끔 새로 개발해 안전성까지 입증하려면 연내 상용화가 쉽진 않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 국내 치사율이 현재 1% 미만의 낮은 수준임에도 이처럼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로 △폐 합병증 방지 △의료진 감염 예방 △지역사회 전염 억제를 꼽았다.

앞서 이날 포럼에서 코로나19 관련 팩트체크 주제로 발표한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전환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의 빠른 전파력, 무증상 감염 등 다양한 전파경로를 근거로 들었다.그는 “풍토화 여부는 바이러스의 근절·차폐에 달렸다. 사스(중증급성호흡증후군)처럼 근절은 못하지만 백신이 어느정도 효과를 보이면서 수년간 과도기가 지속되면 차폐한 것으로 간주하는 반면 바이러스를 근절·차폐하지 못하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특정 지역이나 인구집단에서 자연발생 감염사례가 산발적으로 지속되며 풍토병으로 자리잡는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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