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맘충'이라는 말 굉장히 싫어했는데 막상 당해보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맘충이라는 말 굉장히 싫어하는데요. 당해보니까 이런 게 맘충인가 싶더라고요."

최근 길 한복판에서 한 아이 엄마와 말다툼을 벌인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사연을 공개하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사연은 이렇다. 집 근처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던 A씨. 맞은 편에는 초등학생 남자 아이 두 명이 있었다. 길을 건너기 전부터 A씨는 아이들이 신경쓰였다. 둘이서 탱탱볼을 튕기며 장난치고 있는 모습이 영 위험해보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신호가 바뀌기 전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마음을 놓고 길을 건너는 찰나 무언가 A씨의 머리를 강타했다. 아이들이 튀기고 놀던 탱탱볼에 그대로 이마를 맞은 것. 아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기분이 나빴던 것은 그 남자 아이들이 A씨의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고 웃었던 점이었다. 심지어는 A씨를 피해 냅다 도망가기 시작했다.

놀란 A씨는 아이들을 불러 세웠고, 사과를 요구했다. A씨는 "사람 머리를 맞게 했으면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한다. 이럴 땐 도망가는 게 아니라 사과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언성을 높이거나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무뚝뚝한 표정으로 A씨의 말을 듣던 아이들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이때 아이들의 엄마가 나타나 A씨에게 대뜸 "뭐하는 거냐. 누구신데 우리 애들 데리고 뭐하고 있는 거냐"고 따졌다. 당황스러웠지만 A씨는 상황을 전부 설명했다.

"아니 그렇다고 초등학생 애들을 불러 세워놓고 그런식으로 혼내면 어떡해요. 미안하다고 하려다가도 안 하게 되겠네."

맞고도 사과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A씨는 "수치심을 주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으며, 사과하는 건 애나 어른이나 똑같은 것인데 하지 않아서 알려주려 했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상대방은 성가시다는 말투로 "미안하다. 됐냐"고 말하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벙쪄 있었다는 A씨는 "최소한 아이가 잘못했으면 사과하는 법부터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저런 엄마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면서도 "정말 그 엄마 말처럼 내가 너무 다그친 것처럼 상황을 몰고간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기본 예절도 모르는 사람이네", "자식 교육을 왜 저렇게 하나 모르겠네", "자식을 보면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더니", "아이들 가르치는 입장에서 요즘 정말 이런 일 많다", "아무리 그래도 맘충이라는 말은 안 썼으면 하는데", "맘충은 겪어보기 전에는 괜찮지만 겪고 나서부터는 정말 싫다", "교육을 잘 받았으면 애당초 횡단보도 건너면서 탱탱볼을 하지 않는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는 일부 어린 아이나 유아 동반 부모의 상식 밖 행동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례가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한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사이트가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알바생 1092명 중 75.9%가 '노키즈존'에 찬성했다. 설문에 응한 알바생 10명 중 7명(73.5%)은 근무 중 유아 혹은 유아 동반 부모로 인한 어려움을 겪은 적 있었다고 답했다.이들이 꼽은 가장 난처했던 경험으로는 '소란 피우는 아이를 부모가 제지하지 않는 상황(60.4%)'이 가장 많았다. 이어 '청소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테이블을 더럽힌 상황(14.6%)', '본인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 갑질을 부리는 상황(6.6%)', '그릇, 컵 등 실내 제품 및 인테리어를 훼손한 상황(5.4%)', '다른 손님들의 불만이 접수된 상황(5%)', '아이만을 위해 메뉴에 없는 무리한 주문을 하는 상황(4.8%)', '매장에 있는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요청을 하는 상황(3.1%)' 순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맘충'이라는 혐오 표현은 자제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성인 남녀 1408명을 대상으로 '듣기 불편한 신조어'에 대해 물은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72.7%가 타인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OO충'을 불쾌한 신조어 1위로 꼽았다.

무엇보다 이런 혐오 표현은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에서 주로 사용돼 왔는데, 최근에는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어 '편 가르기 현상'을 부추기는 사회적인 문제로도 지적되고 있다. 집단 갈등을 일읠 수 있는 무조건적인 혐오 표현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루고 전문가 조언도 들어봅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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