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들으면 언제든 경질?…여당 대표의 도넘은 '관료 무시'

현장에서

경제정책 실패 떠넘기더니
추경 증액 난색에 해임 거론
전문성 대신 정무적 판단 강요

이태훈 경제부 기자
“내가 마음만 먹으면 부총리쯤은 언제든지 날려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물러나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접한 한 공무원 반응이다. 이 공무원은 “평소 정치인들이 공무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11조7000억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18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가 대규모 증액에 난색을 표하자 이 대표는 홍 부총리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소득주도성장, 탈(脫)원전 등 당과 청와대가 주도한 경제 정책이 실패했을 때도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정부 부처들이 졌다”며 “이제 와서 여당 대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총리를 겁박하는 것은 도를 넘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13일 “경제사령탑을 신뢰한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관가에서는 ‘엎질러진 물’이란 반응이 나온다.

여당은 경제수장인 홍 부총리에게 해임까지 운운하며 압박했지만, 방역 주무부처 수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별다른 쓴소리를 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중국인 입국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박 장관은 지난달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말해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그는 지난 12일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료진 마스크 부족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의료진이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답해 논란이 됐다. 오히려 ‘진료 현장에서 마스크가 부족해 난리’라고 한 윤일규 민주당 의원에게 “제가 현장을 의원님들보다 많이 다닌 것 같다. 한두 마디 듣고 말씀하시면 뛰고 있는 현장 사람들은 섭섭하다”고 타박하듯 말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박 장관 부친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중학교 은사다.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세종 관가에서는 “정치인들이 보기에 정통 관료 출신인 홍 부총리와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박 장관은 ‘출신 성분’부터가 다른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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