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이연제약, 3년간 이어진 계약 불이행 논란 '일단락'

2017년 시작된 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와 이연제약 간의 법적 다툼이 일단락됐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지난 11일 이연제약이 헬릭스미스를 상대로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 'VM202'의 계약 이행과 관련해 중재를 신청한 사안에 대해 최종 판정을 내렸다. 양사는 "이번 판정은 우리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사는 2004년 VM202를 국내에서 상용화하는 데 협력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연제약이 기술료와 전임상, 국내 임상 비용을 제공하는 대신 국내에서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정보 일체를 제공받고 국내 독점 생산·판매권뿐 아니라 해외에서 의약품이 출시될 경우 원료를 독점적으로 생산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내용이다. 또 국내에서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적응증을 확대할 경우 이에 대한 특허를 공동명의로 출원하기로 했다.2017년 11월 이연제약은 헬릭스미스가 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연제약은 VM202의 모든 특허에 대한 50% 지분 , 전임상·임상 데이터, 해외 공장에서 이뤄진 유전자(DNA) 원료 및 완제 생산에 대한 자료 등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소를 각하하고 중재원의 중재를 받을 것을 권고했고 이연제약은 2018년 5월 중재를 신청했다.

양사에 따르면 중재원은 헬릭스미스가 이연제약에 국내에서 VM202를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연제약 측은 "중재원은 2004년 계약이 헬릭스미스의 기술 제공 의무를 명시하고 있어 계약 존속기간 동안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중 국내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을 우리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고 말했다. 임상시료 생산과 임상시험에 대한 자료를 이연제약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헬릭스미스 측은 "우리는 이미 제공할 수 있는 자료 대부분을 이연에 전달했다"며 "이번 판정으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했다.

VM202 특허 일부를 공동명의로 해야 한다는 이연제약의 요구는 기각됐다. 중재원은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루게릭병(ALS) 관련 특허를 헬릭스미스가 해외 상용화 과정에서 발명한 것으로 이연제약에 권리가 없다고 봤다. 또 허혈성 심장질환(CAD)과 동결건조제제 관련 특허는 양사 간에 서면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특허에 대한 공동명의를 요구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해외 원료 독점 공급권에 대해서 중재원은 대부분 헬릭스미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연제약은 VM202의 국내 상용화 여부와 무관하게 해외 원료 독점 공급권을 보유한다고 주장했지만 중재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VM202를 국내에서 상용화한 뒤에 해외 원료 독점 공급권이 인정되는지에 대해서 중재원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을 전제로 한 청구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이연제약 측은 "우리의 해외 원료 독점 생산권이 발생하는 요건을 명확하게 확인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