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격전지를 가다] 서울 동작을…'여판사 vs 여판사' 맞대결

한강벨트 전략요충지로 부상…현역4선 나경원에 정치신인 이수진 도전장
사법개혁·농단 대척점…재개발 흑석동 인구변화·코로나 19는 변수
4·15 총선에서 여야가 종로, 광진을과 더불어 서울 3대 승부처로 꼽는 곳은 바로 동작을이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곳을 전략요충지로 지정하고 '탈환' 의지를 보이고 있고 미래통합당은 이른바 '한강벨트' 구축을 목표로 전력투구하고 있어 여야간의 대격돌이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정치신인 이수진 후보를, 미래통합당은 원내대표 출신 4선 의원 나경원 후보를 각각 이 곳의 링 위에 올렸다.

두 후보는 공교롭게도 여성이자 서울대 출신, 판사 출신이라는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려왔다.이에 따라 여성 판사 출신 끼리의 맞대결이라는 흥행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두 후보는 정당을 달리하는 것처럼 대척점에 서 있다.

이 후보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하며 사법개혁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다.반면 나 후보는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조국 사태에서의 사법부의 행태가 사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닮은 듯 다른 꼴'인 두 후보의 대결이 펼쳐지는 동작을은 아직 특정 정당의 일방적 우위를 점치기 어려워보인다.

13·14·16·17대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의원이 배출됐고, 18·19대 총선에서 옛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이, 2014년 보궐선거 및 20대 총선에서 나 의원이 승리를 거뒀다.지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다시 민주당의 우위가 확인된 바 있다.

그런 만큼 높은 인지도와 관록을 앞세운 현역의원인 나 후보와 개혁적 이미지, 여당 프리미엄을 지닌 도전자인 이 후보 중 동작주민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역의원인 나 후보는 지난달 13일 통합당의 '1호 단수 공천'을 받고 일찌감치 조기 선거전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오후 찾은 동작구 남성역 근처 선거사무소에서는 10여명의 나 후보 캠프 관계자들의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등산복 차림의 진모(66) 씨는 "국회의원은 무조건 나 후보를 찍는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83세의 한 유권자는 "나 후보를 경로당에서 본 적이 있다.

민주당 후보는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다.

높은 인지도라는 나 후보의 강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절대 쉽지 않은 선거"라며 20대 총선 주요 '표밭'이었던 흑석동의 재개발을 거론했다.

지난 총선 당시 주택·빌라촌이 고가의 아파트로 변모, 젊은 층이 유입되며 선거 전망이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8년 말 입주한 흑석동 신축 아파트 앞에서 만난 주민들의 표심은 다소 가늠이 어려웠다.

남성 간호사 김모(27) 씨는 "지난번에는 나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이 후보를 찍을까 생각 중"이라며 "나 후보의 공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단지 상가 앞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기자에게 말없이 통합당 기호인 '2'자를 그려 보였다.
나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 후보는 지난 4일에서야 전략공천이 최종 확정됐다.

남성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인 이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방문 당일인 12일 막 개소한 상태였다.

내부에선 SNS 담당 직원 채용 면접이 한창이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결코 조용한 싸움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후발 주자이지만 공세적 선거운동으로 여권 지지를 결집하는 동시에 나 후보에게 실망한 중도층까지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 이 후보에 대해 "누군지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른바 '정치 신인'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당동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유정엽(64) 씨는 "나 후보는 식상하다는 사람이 적잖다"며 "민주당 후보는 잘 알지 못하지만 젊을 테니 패기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40대 여성은 "나 후보 자녀가 입시 의혹이 있지 않으냐"며 "상대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의 강점인 사법개혁 이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묻히는 분위기도 읽혔다.남성시장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모(54) 씨는 "코로나19로 다 말라 죽게 생겼는데 사법개혁이 무슨 한가한 소리이냐"며 "투표를 할지 말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