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가스 온수매트' 국내외 판로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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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까지 지원 받았지만 제품 인증 막혀지난해 경기도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된 (주)유로의 조휴천 대표는 야외용 가스 온수매트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정부의 구매조건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아 가스 온수매트를 개발했지만 국내 판매는 물론 수출이 꽉 막혀 있어서다. 정부는 모든 야외용 가스용품을 불법 개조행위로 규정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을 내세워 제품 인증을 내주지 않고 있다. 공신력 있는 제품 인증이 없다 보니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에도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업계에선 시행규칙이 또 다른 행정 규제로 작용해 제품의 불법유통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액화석유가스 시행규칙
모든 가스용품 개조 불법 규정
‘기술융합 신제품’ vs ‘불법 제품’조 대표는 지난달 6~7일 일본 재난용품 전문회사인 KMK코퍼레이션의 요청으로 요코하마에서 열린 재난용품 전시회에 참가했다. 일본 측 사장은 지난 1월 유로 본사를 방문해 야외용 가스 온수매트의 안전성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대량 수입 의사를 타진했었다.
유로가 만든 야외용 가스 온수매트(블랙캔)는 부탄가스 등 가스를 열원으로 물을 가열하고 열발전소자로 전기를 생산해 온수를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당초 캠핑족이나 낚시꾼 등을 겨냥해 개발했는데 일본에선 지진이나 태풍 등으로 전기가 끊겼을 때 사용할 재난용품으로 주목하고 있다.
조 대표는 2009년 비슷한 제품을 개발한 뒤 KC(가스용품안전인증) 인증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관련 기관은 ‘현행 기준(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특정 품목으로 분류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연소기인 만큼 제조시설·기술·검사기준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어떤 기관도 가스용 제품의 기술 검토에 나서지 않자 판매를 포기했다.조 대표는 지난해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뒤 제품 상용화를 위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에 규제 신속확인 신청서를 제출한 것. 산업부는 이에 대해 “가스용품(부탄캔)의 개조 행위에 해당하는 불법제품으로 야외용으로 개조하더라도 동절기 사용자가 임의로 텐트나 차량 등 실내에서 사용하면 사고 우려가 높다”고 회신했다. 수많은 가스용 난방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정부는 10년이 지나도 기존 ‘시행규칙’의 잣대만 들이대고 있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불만이다.
조 대표는 “개인이 임의로 가스용품을 개조한 것이 아니라 기술융합형 신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지원 따로, 인증 따로 정부 정책 엇박자’이 회사는 야외용 가스 온수매트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스포츠용품 해외인증획득지원사업에 선정됐다. 2010년 8월 국고 지원을 받아 유럽 CE인증을 취득했다. 국내 KC 인증은 줄 수 없다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국내 대행기관으로 유럽 CE인증을 발급했다.
2017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에 선정돼 작년 9월 성공 사례로 최종 판정됐다. R&D 자금 3억원을 받았다. 구매조건부 R&D란 구매할 의사가 있는 기업(신일산업)과 함께 신기술 및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약 6억원 어치를 구매하려던 신일산업은 제품인증이 지연되자 제품 도입을 검토할 수조차 없게 됐다. 큰 관심을 보이며 시제품을 가져간 중국과 일본 바이어들도 국내 판매 실적이 없다는 사실에 대량 수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조 대표는 전했다.
유로가 등록한 1개의 국내 특허와 2건의 해외 특허(출원)는 무용지물이다. 조 대표는 “온수매트는 온돌문화가 발달한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가지는 제품으로 야외용 가스 온수매트도 이미 여러 회사 제품들이 알음알음 국내에서 불법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수출 잠재력이 큰 만큼 신제품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안전성 검사 여부를 심각하게 논의해주면 좋을 텐데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