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인회생·파산 '두자릿수' 증가…저신용층 벼랑으로 모는 코로나

매년 3월 1~11일 비교해보니…대구지법 개인회생 전년동기 31.8%급등
"사실상 휴정기라 접수가 줄었어야 정상…실제 수요는 더 클 듯"전망
개인파산 인천 54% 대전 49% 급증…"통상적 3월 증가율 넘어선 수준"
대구·경북 지역을 관할하는 대구지방법원에서 이달 초순(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접수한 개인회생신청이 26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8%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파산신청 접수 건수도 서울회생법원에서 36.9%(233건→319건), 인천 김포 부천 등을 관할하는 인천지법은 54.4%, 대전 세종 충남지역을 관할하는 대전지법은 49.2% 각각 급증했다.

지역 경기 한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아르바이트, 시간제·일용직 등 단기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빚에 허덕이는 저신용자들이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에 문 닫은 음식점. 연합뉴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초순 서울회생법원을 비롯해 인천·수원·대전·대구·부산·창원·광주지법 등 전국 주요 법원 8곳에서 회생·파산신청 접수 건수가 급증했다. 대구지법은 개인파산 접수가 123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7.1%증가했다. 이는 통상적인 3월의 증가율을 넘어선 수치였다. 작년 3월 대구지법은 전년 동월 대비 개인회생 접수가 오히려 줄었고, 개인파산 역시 증가율이 1.9%에 불과했다.

한 파산전문 판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구지법은 2월 하순부터 사실상 휴정기였고, 판사들도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어 회생·파산 접수 건수가 줄었어야 정상”이라며 “실제 시장의 회생·파산 수요는 통계치보다 더 크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부채중 일부를 갚고 나머지를 탕감받는 절차이고, 개인파산은 채무자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있다고 법원이 판단해 재산을 모두 채권자들에게 돌려주는 대신 모든 빚을 면책해주는 제도다. 법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 지역의 음식·숙박·소매업체와 소상공인 및 영세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리면서 휴직자와 실업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중 부채를 갚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신청자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3월 초순 국내 유일 도산 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의 개인회생 접수건수는 52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2%늘었고, 부산지법은 34.1% 급증했다. 개인파산의 경우 인천지법이 147건에서 227건으로 무려 54.4%나 급증했고, 대전지법도 49.2% 증가했다. 이 역시 통상적인 3월 증가율을 넘어선 수준이다. 2019년 3월 기준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은 개인회생의 경우 서울회생법원은 4.2%, 부산지법은 3.3%였고, 개인파산 기준 인천지법은 10.4%, 대전지법은 11.6%였다.

한 지방법원 파산담당 판사는 “개인과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서 취약한 개인부터 먼저 회생·파산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며 “우량 기업은 인수·합병(M&A)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이라도 최대한 버티다 하반기엔 법인회생·파산을 신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