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닫힌 클래식·오페라·무용…'무관중·온라인 공연'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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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마비된 공연계, 4월도 캄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3월에 이어 4월 공연도 줄줄이 취소·연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상반기 공연 전체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생중계로 눈을 돌리는 연주 단체가 늘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대구·전주시향 등 잇단 불참
1989년 출범 후 첫 무산 위기
세종문화회관 내달 공연 취소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열 예정이던 통영국제음악제가 취소된 데 이어 30년 넘게 이어온 교향악축제도 코로나19 여파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축제를 주최하는 예술의전당은 “일부 교향악단이 불참을 알려왔다”며 “축제 취소 여부는 이번주에 결정하고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9년 예술의전당 음악당 개관 1주년 기념으로 막을 올린 교향악축제에선 국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들이 서울로 집결해 릴레이 연주를 펼친다. 실력있는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기회여서 많은 클래식 애호가가 매년 기다리는 축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축제의 막을 올릴 세종솔로이스츠(3월 31일)뿐 아니라 대구시립교향악단(4월 1일)과 전주시립교향악단(4월 7일) 등은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했다. 예술의전당은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교향악축제의 일부 프로그램을 온라인 중계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세종문화회관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다음달까지 자체 기획 공연을 취소하거나 무관중 공연·온라인 중계로 대체하기로 했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서울시오페라단의 ‘세비야의 이발사’는 무관중 공연으로 온라인 생중계된다. 소년소녀합창단의 ‘봄, 봄’과 서울시무용단의 ‘놋’ 등은 취소됐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세비야의 이발사’는 네이버TV와 세종문화회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할 계획”이라며 “다음달에 14편 정도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것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기획 공연뿐 아니라 외부 예술단체, 예술가의 대관 공연을 원하면 온라인 중계를 지원한다. 중계료와 제작비는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가 지원한다.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12일 경기도립극단의 연극 ‘브라보 엄사장’(대본·연출 박근형)에 이어 산하 예술단체의 정기 무대를 무관중 공연·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다. 19일 경기필하모닉의 ‘정나라 & 정하나 힐링 콘서트’, 21일 경기팝스앙상블의 ‘팝스앙상블 콘서트’, 28일 경기도립국악단의 민요소설극장 ‘다시 봄’, 31일 경기도립무용단의 ‘포행’ 등이다. 경기아트센터 공식 유튜브 채널 ‘꺅티비', 경기도 공식 유튜브 채널, 네이버 TV(꺅!티비)를 통해 오후 4시부터 생중계한다.서울돈화문국악당도 지난달 29일 대금 연주자 정소희의 공연 ‘신화와 현실의 어딘가에, 대금’에 이어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기획공연 ‘운당여관 음악회’를 무관중 공연으로 진행하고, 공식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 중요무형문화재인 박귀희 명창(1921~1993)이 돈화문로에서 운영했던 한옥 여관 ‘운당여관’에서 착안한 공연으로, 올해는 입과손스튜디오, 음악그룹 나무 등 젊은 국악팀이 신선한 매력을 발산한다.
원래 올리려 했던 공연 대신 비대면 공연을 새롭게 꾸미거나 오프라인 공연과 온라인 중계를 동시에 하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13일 부지휘자 윌슨 응이 지휘하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연주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또 다른 온라인 중계 공연의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내 손 안의 콘서트’를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단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40분 내외의 5인 이하 실내악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첫 주자로 나서는 하피스트 윤혜순, 첼리스트 홍서현은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 비발디의 ‘사계’ 등을 연주한다. 27일에는 조진원(바이올린), 손치호(더블베이스) 등이 바체비치의 ‘바이올린 현악 4중주’, 파헬벨 의 ‘캐논’을 선보인다.
3·4월 공연을 취소·연기한 국립오페라단도 온라인 중계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4월과 5월에 걸쳐 생중계와 더불어 녹화로도 내보낼 콘서트 형식의 공연을 새롭게 기획 중이다. 5월 15일과 16일 공연할 예정인 ‘오페라 갈라’는 예정대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리면서 온라인 중계도 동시에 하기로 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