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증권시장 '코로나 패닉' 극복하려면
입력
수정
지면A35
자금 공급 늘리고 세제·규제 개혁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소비도 급격히 위축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설상가상으로 원유가격 파동까지 겹쳐 세계 경제는 소용돌이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한 번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과 소비가 회복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 성장 도와 투자기반 다지고
장기투자 유도 위한 제도 개선해야
윤계섭 <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 >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 경제는 생산·소비·설비투자 등 3대 지표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다. 고질적인 반(反)기업·친(親)노조 정책과 거미줄 규제로 경제를 후퇴시킨 문재인 정부는 선심성 재정 살포로 국민의 환심을 사려고 할 뿐이다. ‘돈 풀기’ 위주의 응급처방에만 급급했지 경제 기초체력을 다질 장기 정책은 실종된 지 오래다. 코로나19는 흔들리는 경제에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한국 경제의 침몰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우선 증권시장을 살려야 한다. 한국 증권시장은 경제 발전과 함께해 왔다. 560만 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믿고 투자해 왔다. 증권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장기투자자가 버틸 수 있게 해야 한다. 장기투자자는 은행 금리보다 나은 투자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한다. 그런데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충격 이전부터 지지부진해 문 정부 출범 당시의 2292를 밑돌고 있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떠나고 개인투자자는 눈물짓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시중 부동자금을 증권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효과도 불확실한 부동산 가격규제 정책에 매달리기보다 유동자금을 산업자금화하는 증권시장으로 투자자들이 시선을 돌리게끔 해야 한다. 단기조치로써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가 적극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급락으로 인한 투매 예방과 투자심리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
금리 인하보다 자금 공급 확대를 앞세워 기업부도를 막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생산 주체인 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면적인 세제 개혁이 절실하다. 조세 수입을 늘리기 위한 세제 개혁이 아니라 기업경영을 활성화해 장기적으로 세수 증대를 꾀하는 세제 개혁이 요구된다. 선진국에 비해 높은 법인세율을 과감히 인하하고, 각종 규제를 기업 입장에서 재검토해 혁파해야 한다.둘째, 투자 성향이 높은 장기투자자를 양성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거꾸로 대주주 등의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통해 장기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몰아가고 있다. 주식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의 범위를 계속 넓혀 내년에는 3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한 주주까지 ‘대주주’가 되는 바람에 증권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연말에는 이와 관련된 절세를 위한 매도 소동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절세 매매로 인해 세수 효과도 없다. 증권시장의 매매패턴을 건전하게 하고 우량주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금리 생활자를 위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세제혜택도 줘야 한다. 비과세 장기투자 펀드나 연금투자상품을 활성화해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노후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고령층 부양에 따르는 정부의 부담도 줄여줄 것이다. 집밖에 가진 것이 없는 고령층을 위한 부동산 담보 신탁이나 유동화 수익증권을 개발해 활로를 제공해야 한다.
넷째,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해 금융감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최근 파생결합펀드(DLF)나 일부 사모펀드의 상환 연기 또는 환매 연기에서 보듯이 불완전 판매와 펀드의 유동성 위기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금융감독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후 감독에서 벗어나 선제적이고 예방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
증권시장은 한 나라 경제의 거울이다. 증권시장 안정이 마중물이 돼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가 살아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