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예은 "매력 있는 오답? 능력 되는 데까지 새로운 음악 해보고파"

안예은 인터뷰
지난달 정규 3집 'ㅇㅇㅇ' 발매
안예은 "다채로운 장르 담으려 노력"
"능력되는 데까지 새로운 음악 하고 싶어요"
안예은 /사진=변성현 기자
피아노 앞에 앉아 유독 어두운 분위기의 곡을 유연하게 풀어내던 'K팝 스타'의 소녀는 어느덧 자신만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개성 있는 음색과 독특한 사운드, 묵직한 듯 섬세하게 파고드는 메시지까지 가수 안예은의 음악은 쉽게 표방할 수 없는 독창성을 지녔다.

안예은은 지난달 정규 3집 'ㅇㅇㅇ'을 발매했다. 2016년 11월 정규 1집 '안예은', 2018년 7월 정규 2집 'O'에 이은 세 번째 정규 앨범에 대해 그는 "록 사운드부터 사극 발라드, 쉽게 들을 만한 포크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았다.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시고 '안예은이 이런 음악도 했었구나'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한다.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쓰다보니 이것저것 곡이 나왔고, 정규 앨범이기 때문에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겠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9곡의 자작곡이 빈틈없이 들어가는 정규앨범인 만큼, 안예은은 다채로움을 주려 더욱 심혈을 기울었다. 그는 "뮤직비디오 감독님도 2집 때 같이 했던 분이고, 편곡하는 친구들도 원래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다. 밴드도 데뷔 때부터 함께한 친구들인데 다들 우중충한 것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말을 해주더라. 노래 자체가 밝아졌다기 보다는 더 생동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집보다 2집 반응이 더 좋았고, 2집보다 3집 반응이 좋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발전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타이틀곡 '카코토피아(KAKOTOPIA)'는 유토피아의 반대말 디스토피아의 유의어로 절망향을 뜻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도 이를 악물고 걸음을 옮겨 가로막고 있는 벽이 무엇이든 부수어보자는 메시지가 녹아있다.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다. 혁명, 강인함, 공동체, 연대의식, 나아감, 목표, 레드, 강렬함, 묵직함, 굳건함 등이 안예은의 보컬과 어우러져 다양하게 표현됐다.

역시나 강렬하고 세다는 이미지가 앞선다. 안예은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내 음악을 하겠다고 고집부리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워낙 가진 색이 진해서 듣기 쉽고, 장벽이 없는 음악으로 색깔을 옅게 하려고 노력도 해봤다. 하지만 오히려 어중간한 음악이 나오고 또 그런 건 나 말고 더 잘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이어 "개성이 강하다는 말을 듣는데 그런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들어주셔서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며 "늘 하던 대로 해오고 있지만 1집보다 2집이 더 좋아야하고, 3집은 그보다 더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은 있다.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긴 하지만 그 덕분에 해왔던 걸 계속 유지할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안예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하나가는 바로 '사극풍 발라드'다.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의 OST로 삽입됐던 '홍연'과 '상사화'가 큰 사랑을 받으며 사극풍 발라드는 안예은의 강점 중 하나가 됐다. 정규 3집 'ㅇㅇㅇ'에도 해당 장르의 '빛이라'라는 곡이 수록됐다. 안예은은 "사극풍 노래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쓴다. 나는 원래 '카코토피아'처럼 록 사운드를 하고 싶어하던 애였는데 어쩌다 보니 사극풍 발라드가 많이 알려지게 됐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이 또한 내게는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대표할 수 있는 또 다른 색깔이 생기고, 곡 제목이 많이 알려졌다는 것 자체가 엄청 운이 좋은 거다"면서 "이미지가 고정될까 봐 걱정이 되긴 하지만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앨범 작업을 할 때 꼭 수록하려고 한다. 동시에 다른 장르의 곡도 이것저것 다양하고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전했다.'역적'을 통해 영상 음악의 맛을 알게 된 그는 뮤지컬에도 관심이 많았다. 안예은은 '피맛골 연가', '적벽제', '서편제' 등을 언급하며 "뮤지컬 쪽 음악도 너무 해보고 싶다. 이야기를 위해 쓰이는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역적'을 통해 너무 빨리 꿈을 이뤄버린 느낌이 있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곡 쓸 때 주제 잡는 게 제일 어려운데 음악이 2차로 들어가는 경우 시나리오도 있고, 캐릭터도 다 있지 않느냐. '역적'을 정말 재밌게 작업했는데 뮤지컬도 그럴 것 같다"며 또 다른 꿈을 꿨다.
안예은의 앨범은 그의 경험과 생각으로 가득하다. 전곡을 작사, 작곡하며 한결같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탓일 테다. 그 과정에서 안예은은 자기 모방을 경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쏟고 있었다. 그는 "앨범을 낼 때마다 똑같은 걸 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정규 3집에 힘을 많이 줬다"면서 "다행히 친구들이나 밴드 세션들이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내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준다"고 말했다.

영감은 주로 책에서 얻는다고. 안예은은 "곡을 갓 쓰기 시작했을 때는 거의 내 경험을 썼는데 최근에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영감을 많이 얻는 것 같다. 책을 읽다가 생소한 단어를 보면 메모장에 적어놓는다"면서 "활자 중독일 정도로 책을 많이 읽는다. 책에 집착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휘의 폭이 넓어지니까 가사를 쓸 때 확실히 도움이 된다. 책을 읽으며 습득하는 단어나 표현도 있고, 국어사전을 찾아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음악적 뚝심이 돋보이는 안예은의 롤모델은 자우림 김윤아다. 음악을 시작하게 됐을 때부터 지금껏 단 한 순간도 변한 적이 없다고. 안예은은 "김윤아를 보고 음악을 시작했다. 선생님의 존재 자체가 내겐 엄청 크다. 음악을 잘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되게 멋있어보였다. '저게 무슨 음악이지?' 싶은 것도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K팝 스타'를 나가기 전까지는 내가 단순히 카리스마 센 여성 가수들을 모방한다고 생각했다. 모방은 하는데 내 색깔은 없다고 느껴졌던 거다. 그분들의 아류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분명히 음악이 닮았다고 하는 건 칭찬인데 정작 스스로 거기까지 못 간다고 생각했다. 그때 오히려 색깔이 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안예은의 음악'에 대한 해답을 찾았을까. 안예은은 "제일 어려운 문제다"라며 웃었다. 그는 "사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 같다. 워낙 색이 진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시고, '사람이 장르다'라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지금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강박일 수도 있는데 계속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유희열 선생님이 '매력있는 오답'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걸 능력이 되는 데까지 하고 싶어요."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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