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이용해 마스크 폭리" … 첫 환불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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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당 5980원에 판매한보건용 마스크를 비싼 값에 산 구매자가 판매업체를 상대로 “폭리를 취했다”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환불 소송을 제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 장당 500~1000원 하던 보건용 마스크 가격은 5000원대로 치솟았다.
온라인 판매업자에 소송 제기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에 사는 A씨는 지난 13일 마스크 판매업체 B사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매매대금 반환 소송을 냈다. A씨는 이달 3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KF94 등급 마스크 20장을 장당 5980원에 구매해 총 11만9600원을 지출했다. 당시는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매일 급증해 마스크값이 크게 치솟은 때였다.A씨는 코로나19로 시민들의 공포심이 커진 상황에서 B사가 마스크를 이용해 폭리를 취해 민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민법 104조는 당사자의 ‘급박한 곤궁’ 등으로 현저하게 공정성을 잃은 법률 행위를 무효로 하고 있다. B사가 공적 판매 마스크 가격(장당 1500원)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설정해 약 8만원의 폭리를 얻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부르는 게 값이 돼버린 상황에서 B사가 마스크 가격을 턱없이 높게 받았다”며 “부당하게 챙긴 8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궁박’을 따질 때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심리적 상황도 고려된다. 이 소송을 맡은 황성현 변호사(38)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한 이후 지금까지 마스크 판매업자의 폭리 행위에 민사 소송으로 책임을 물은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B사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 것 같은 원고의 공포심, 즉 심리적 궁박 상태를 이용해 불공정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