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필드, 칩샷으로 승부하라

타수 지키는 '그린주변 어프로치' 노하우
‘내가 왜 이러지?’

이런 혼잣말을 필드에서 자주 한다. 그렇다면 십중팔구다. 느닷없이 초봄 라운드를 맞이한 ‘무심골퍼’거나, 골프가 만만해진 ‘방심골퍼’다. 긴 겨울을 알차게 보냈든, 허투루 보냈든 ‘사고’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수시로 찾아든다. 초봄엔 특히 그렇다. 잔디는 깊이를 알 수 없게 말라 누워 있으며, 페어웨이는 퍽퍽하다. 응달 주변은 얼어 있기 일쑤다. 뒤땅, 토핑, 생크(shank) 등 미스샷에 최적의 환경이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초봄엔 욕심을 내려놓고 달래 쳐야 한다”고 자주 조언한다. 이럴 때 ‘가성비 갑’ 골프 테크가 20m 안팎을 굴려 붙이는 칩샷 어프로치다. 구장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그린 적중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봄에 골라 쓰면 좋을 스타 인스트럭터들의 칩샷 노하우를 집약했다.“기울인 샤프트각을 사수하라”
< 고덕호 프로 > 살짝 열고 치면 헤드 잘 들어가 깨끗한 임팩트
칩샷은 잘 굴리는 게 중요하다. 셋업이 첫 단추다. 상식이지만 수시로 무시되는 게 문제다. 일단 두 발을 모으고, 체중을 왼발에 대부분 싣는다. 공을 오른발 엄지발가락 앞쪽에 놓는다. 손뭉치가 공보다 타깃 쪽에 가까운 ‘핸드 포워드’ 형태의 셋업이다. 알파벳 소문자 ‘y’셋업이라고도 한다. 이게 제대로 되면 클럽페이스가 내려오면서 공을 먼저 접촉하게 되고, 공은 낮은 탄도로 날아가 홀로 굴러간다. 여기까지는 대다수가 안다. 문제는 어딘지 할 때마다 어색하다는 점이다. 이때 필요한 게 샤프트각 유지다. 셋업으로 만든 ‘핸드 포워드 샤프트각’을 임팩트 이후 피니시까지 그대로 유지한다는 느낌으로 스윙해 주는 방식이다. 클럽페이스를 살짝 열고 치면 헤드가 공 사이로 더 잘 미끄러져 들어간다는 점도 기억하면 좋다.

“낮게 낮게 사발스윙을”
< 김영 프로 > 어깨·팔·손뭉치 골든 트라이앵글 지키는 게 핵심
백스윙, 다운스윙, 임팩트, 피니시까지 어깨-팔-손뭉치(그립)를 ‘골든 트라이앵글’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가슴판을 중심으로 몸통스윙을 해 주기 위해서다. 칩샷은 손과 팔이 아니라 몸으로 할 때 실패가 적고 일관성이 높아진다. 삼각형 유지가 그래서 필수다. ‘골든 트라이앵글’이 무너지고 손가락과 손목, 팔을 제멋대로 쓰면 그 결과가 뒤땅, 토핑이다. 그나마도 잘 맞아봐야 비거리가 들쭉날쭉이다. 삼각형을 잘 유지했다면 클럽헤드가 지면을 ‘낮게 낮게’ 쓸면서 지나가기에도 좋다. 공이 페이스에 묻어 나가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날아간다. 그러면 스핀양, 비거리 편차가 줄어든다. 가파르게 찍어 칠 때 나타나는 뒤땅이나 토핑, 생크도 보기 어렵다.

“바운스와 친해지자”
< 장훈석 프로 > 짧은 거리 칩샷 바운스로 쳐야 일관성 높아져
클럽 헤드에는 바닥(sole)이 있다. 이 바닥에는 약간의 기울기가 있는데, 이게 바운스각이다. 이걸 그냥 바운스라고도 한다. 클럽헤드 날(블레이드 또는 리딩에지)이 잔디나 땅을 파고들지 않도록 저항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헤드가 공 밑으로 잘 파고들게 하는 미끄럼판 역할도 한다. 칩샷 어프로치는 이 바운스로 해야 실수가 줄고 일관성이 높아진다. 스핀양과 임팩트 강도가 일정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날로 하면 가파르게 찍혀서 잔 실수가 많이 난다. 바운스 샷 요령은 헤드로 공을 직접 맞히려 하지 말고 공 바로 옆에 떨군다는 느낌으로 다운스윙하는 것이다. 그러면 헤드가 공을 알아서 접촉하고 날려주는 느낌이 난다. 연습이 꼭 필요하다.“떠가는 거리 짧아야 유리하다”

칩샷은 타수 방어에 좋은 무기다. 손목을 쓰지 않고 스윙을 간결하면서도 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목을 쓰지 않으려면 퍼팅그립처럼 왼손 검지손가락을 오른손 손가락 위에 걸치는 ‘역오버래핑’ 그립을 잡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 다음 왼손목에 약간 힘을 주면 셋업 때 기울인 손목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쉬워진다. 손목을 쓰지 않기 위해 미리 힘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떠가는 거리와 굴러가는 거리 비율을 늘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급적 떠가는 비율이 낮은 게 좋다. 떠가는 거리 비중이 클수록 로프트각이 큰 클럽(샌드웨지 등)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만큼 스윙 크기도 커지고 오차도 커지기 마련이다.

“떨굴 지점을 노려라”칩샷도 다양한 클럽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어떤 크기로 했을 때 공이 어디에 떨어지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 아마추어 골퍼 상당수는 그러나 클럽별로 일정한 크기의 스윙을 했을 때 공이 어디쯤 떨어질지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다. 특히 공을 떨굴 지점을 보지 않고 홀을 보고 스윙하는 골퍼도 많다. 칩샷 거리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클럽을 선택했다면 그린의 굴곡, 공이 놓인 지점의 경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을 떨굴 지점을 먼저 정하고, 그곳으로 공을 보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머릿속에 꼭 새겨야 할 것은 스윙하는 동안 무릎을 출렁여서는 안 된다는 점, 그리고 백스윙에서부터 피니시까지 우물쭈물하지 말고 한 번에 가야 한다는 점이다. 칩샷은 풀샷의 미니어처 버전이며, 마찬가지로 자신감이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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