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개학, 4월 연기 유력…대치동 집값 '비상'

12·16 대책에 코로나19로 개학연기까지 겹쳐
대치동 학원가 인근 '도곡렉슬' 3억~5억원 급락
은마아파트 77㎡도 2억↓…호가는 더 떨어져
‘명문 학군’으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에 형성된 학원가 모습. (자료 한경DB)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명문 학군’으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 인근 단지들도 가격 하락 흐름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자사고·외고 폐지 방침이 본격화한 하반기 이후 집값이 제법 뛰었지만, 최근에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16 대책으로 고가의 강남 아파트들이 가격이 하락한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된 까닭이다.

◆"어지간해선 떨어지지 않는데"17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매매가격이 최근 3개월 사이 2억~5억원가량 떨어졌다. 이 단지 전용 115㎡(4층)는 지난달 24억1000만원에 거래됐으며 이달 초에는 20층이 26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같은 면적 21층 물건이 29억5000만원에 팔린 점을 감안하면 2억4000만원에서 최대 5억원 넘게 가격이 떨어졌다. 호가는 지속해서 떨어져 최근 매물은 26억원 선에 나왔다. 석 달 새 3억원 넘게 내린 셈이다.

이 단지는 3002가구의 대단지인데다, 대치동 학원가와 명문 학군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아파트다. 이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B공인 대표는 “도곡동이지만 대치동과 학군을 공유하는 단지라 학원가 인접 아파트로 분류된다”며 “학군 수요가 많아 어지간해서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데 최근 강남권 고가 아파트가 많이 내리면서 함께 조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인근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 아파트도 2억여원 떨어졌다. 전용 77㎡는 작년 12월에는 21억5000만원을 기록하며 최고가를 찍었으나 지난 10일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나오면서 최근 18억원 중반선까지 호가가 밀렸다”고 전했다.◆거래도 위축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한경DB
대치동 학원가 인근 아파트의 최근 매매 거래량도 미미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치동의 이달(17일 기준)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건에 불과하다. 도곡동에서는 9건밖에 매매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주간 매매수급지수는 95.8로 전주(97.5) 대비 1.7 하락했다. 지난달 초 100선이 깨진 이후 5주째 보합세를 보이거나 떨어지는 중이다. 매매수급지수는 감정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조사,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의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다. 0에 가까울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공급 우위(매수자에게 유리),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수요 우위 시장(매도자에게 유리)을 뜻한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오랜 기간 집값이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 강도 높은 정부 규제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하락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고가주택에 대한 부동산 거래 신고가 대폭 강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자금조달계획서의 작성 항목별로 예금잔액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등 15가지의 증빙자료를 첨부해 제출해야 해서다. 고가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자산가들이 주택 매매를 꺼리게 됐다. 웬만한 불황에도 잘 꺽이지 않는다는 대치동 학원가 단지도 타격을 입었다. 대치동 N공인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집을 보러 오기도 힘들고 집을 산다고 해도 자금출처 조사도 받아야하니 그마저 급매물을 찾던 수요도 줄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대치동 아파트값이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번에 전국 초·중·고교 개학 연기로 학원 휴원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학 입시 일정도 연기됐고, 온라인 학습이 많아지면서 대치동 학원가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A공인 관계자는 “대치동 학원가 단지는 교육 목적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매매를 원하거나 전세를 찾던 수요자들이 당분간 대기 수요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