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추억의 '히트 가전' 재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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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맞춤 제품 확대삼성전자가 정수기를 탑재한 냉장고를 다시 선보인다. 2017년 탄산수 제조 기능이 들어간 ‘스파클링’ 냉장고를 끝으로 해당 제품을 단종한 지 3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차랑용 공기청정기 등 휴대용 공기청정기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가전제품을 내놓겠다는 ‘프로젝트 프리즘’을 새 사업 비전으로 선포한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이 제품 라인업 변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렌털(대여)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年40조 시장…대세가 된 렌털
영업이익 1조원 낸 ‘생활가전’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달 정수기 기능을 갖춘 2020년형 냉장고를 내놓는다. 신제품 냉장고에 자체 개발한 정수기를 탑재한다. 정수 용량은 2300L가량으로 기존 단독 정수기 용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4인 가족이 하루 10L(1인당 하루 2.5L 기준)를 쓴다고 감안할 때 필터를 한 번 교체하면 최대 8개월 가까이 사용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반 정수기 냉장고에 이어 2013년엔 탄산수 제조까지 가능한 냉장고를 선보였다. 하지만 필터 교체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탄산수 인기도 시들해지면서 한국에선 출시를 중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필터 교체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신제품은 푸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맞춤형 식단과 레시피(조리법)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특허청에 차량용 공기청정기 디자인도 특허 등록했다. 신제품이 나오면 2012년 선보인 차랑용 에어케어 이후 8년 만이다. 올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전망치)는 400만 대로, 냉장고·세탁기(200만 대)의 두 배에 달한다. 이 가운데 차량용 등 휴대용 공기청정기 시장은 150만 대로 추산된다. 이 시장에서는 LG전자 ‘퓨리케어 미니’를 비롯해 위니아딤채 ‘위니아 스포워셔’ 등이 경쟁 중이다. 삼성전자 측은 “차량용 공기청정기 디자인 특허 등록은 마쳤지만 제품 출시 여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경험’에 초점을 맞춘 신가전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레고’처럼 조합을 바꾸며 디자인을 교체할 수 있는 냉장고(비스포크)와 AI를 적용해 알아서 작동하는 세탁기·건조기(그랑데) 등이 대표적이다. 신가전 출시 효과에 힘입어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 영업이익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렌털 시장에 진출하나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가 렌털 시장 진출을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수기는 필터 교체 등 방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 40조원으로 추산되는 렌털 시장은 소유 대신 사용의 가치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소비 중심 계층으로 떠오르면서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LG전자는 2009년 정수기를 앞세워 렌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 전기레인지 등 10여 종으로 취급 제품도 넓혔다. 지난해 렌털 사업 매출만 4000억원에 달한다. SK네트웍스도 2016년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해 렌털 시장에 진출했다. SK매직은 올해 매출 1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렌털 사업 진출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