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38% 오른 대치동 은마…보유세 419만→610만원으로↑

보유세 계산해보니…

非강남도 50% 가까이 올라
공시가 9억 넘은 마래푸 84㎡
245만→354만원으로 44.5%↑
다주택자는 최소 두 배 세금 폭탄
전용면적 84㎡ 보유세가 695만원에서 1017만원으로 46.3%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한경DB
서울 강남에 아파트 한 채만 가지고 있어도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유세가 연간 상한선(50%) 가까이 급증하는 아파트가 많은 까닭이다. 고가 다주택자는 지난해의 두 배만큼 보유세를 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조세저항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상한선까지 보유세 오르는 단지 속출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시가격 10억원이 넘는 집을 가진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대부분 상한선(50%)까지 치솟는다. 보유세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지난해 보유세 상한선 초과분이 올해로 넘어온 탓이다. 1주택자 보유세는 1년에 최대 50%까지 오르고, 나머지 초과분은 다음 해로 이월된다. 여기에 과세 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90%로, 전년 대비 5%포인트 오른 점도 보유세 급증 요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보유세(1주택자, 만 59세 미만, 5년 미만 보유)를 계산한 결과 3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보유세는 올해 1억원까지 오른다.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4㎡ 보유자는 올해 보유세로 9829만원을 내야 한다. 전년(6654만원) 대비 47.7% 급등한다. 이 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55억6800만원에서 올해 65억6800만원으로 18.0% 올랐다. 삼성동 ‘삼성동아이파크(전용 269㎡)’ 보유세는 같은 기간 5833만원에서 8665만원으로 48.6% 뛴다.

시세 15억~20억원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보유자는 올해 1652만5000원을 보유세로 낸다. 전년(1123만원) 대비 47.1% 늘어난다. 소유주가 만 60세 이상 1주택자로 세액공제를 최대 한도인 70%까지 적용받아도 보유세는 1138만원에 달한다. 은퇴 고령자가 느끼는 세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올해 공시가격(21억1800만원)이 전년(15억400만원) 대비 40.8% 뛴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소유자의 보유세도 695만3000원에서 1017만7000원으로 46.3% 급등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보유세는 419만8000원에서 610만3000원으로 45.4% 증가한다. 공시가격이 11억5200만원에서 15억9000원으로 올라서다.

올해 처음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긴 단지들은 종합부동산세 부담까지 더해져 보유세가 더 크게 오른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보유세는 올해 354만2000원으로 작년(245만8000원)보다 44.5% 뛴다. 이 주택 소유주는 올해부터 종부세 26만원을 더 내야 한다. 이 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은 10억8400만원으로, 올해 처음으로 9억원을 넘겼다.

다주택자에 세금 폭탄다주택자는 말 그대로 보유세 폭탄을 맞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를 보유한 2주택자는 올해 보유세로 6048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3047만원)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강남에 공시가격 15억원대 아파트 두 채와 공시가격 21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3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9603만원까지 치솟는다.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올해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부세 세율이 0.2~0.8%포인트 올라서다. 1주택과 달리 3주택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은 보유세 상한선이 각각 200%와 100%로 더 높다. 만 60세 넘는 고령자가 2주택 이상을 보유하면 종부세 감면 혜택이 사라져 세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우 팀장은 “보유세 상한선 초과분이 매년 보유세에 반영돼 일부 납세자는 세금 인상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아파트 보유세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어서다. 올해 90%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매년 5%포인트씩 2022년까지 100%로 오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큰 고령 은퇴자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이 동시에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무리한 보유세 인상은 경기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