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발로는 사람·경제 못 구해"…코로나 치료제 5월에 나올지 '주시'

코로나發 경제위기 오나
(5·끝) 백신·치료제가 희망

각국 민·관 협력 백신 개발 나서
美, 동물실험 건너뛰고 인체 주사
中, 뒤질세라 軍연구진 시험 발표
"상용화까진 1년 정도 걸릴 것"
<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 백신 연구 >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미국, 유럽, 한국, 중국 등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한 연구원이 18일 경기 성남 연구소에서 코로나19 백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미국 유럽 등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잇따라 초유의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따른 주식시장의 폭락을 막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7일(현지시간) 내놓은 1조달러 규모 재정 투입 카드의 약발도 기대 이하였다. 다우지수 등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5~6%씩 상승하긴 했지만 전날 하락폭이 12~13%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반등에 불과하다는 게 월가의 평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낮은 금리(정부의 경제대책)가 바이러스를 치유할 리 없고, 망가진 공급망을 되살릴 수도 없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백신과 치료제가 얼마나 빨리 개발되고, 각국의 노력으로 확산 속도를 얼마나 늦추느냐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백신 4월, 치료제 5월 가능할까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선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과 감염된 환자를 회복시키는 치료제 개발이 필수적이다. 신종플루는 타미플루가 나오면서 인류가 공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아직도 약이 없다.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 유럽에 본부를 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각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제약사와 연구소의 백신·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NIH에는 미국 내에서만 현재 총 103건(백신 3건, 치료제 100건)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거나 지원자를 모집 중인 것으로 등록돼 있다.

백신 부문에선 미국이 선제적으로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NIH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지난 16일 인체에 주사하기 시작했다. 동물실험도 생략했다.

이번 시험은 백신이 안전한지와 참가자의 면역 체계에 목표한 반응을 유도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1상이다. 이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면서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돼 상용화하는 단계까지는 앞으로 1년에서 18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NIH는 보고 있다. 이마저 앞으로 모든 단계에서 백신 효과가 잘 입증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도 중국군(인민해방군) 연구진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이 백신의 개발은 2014년 에볼라 백신을 개발한 적이 있는 중국공정원 원사이자 군사의학연구원 연구원인 천웨이 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이르면 오는 4월부터 백신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이미 판매 중이거나 개발 중인 약물에서 효능을 찾는 방식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회사 길리어드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해 임상 2상까지 마친 렘데시비르의 마지막 임상 3상 시험을 한국과 중국, 미국 등에서 환자 1000여 명을 상대로 하고 있다. 중국에서 다음달 첫 임상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의학계에선 이르면 5월께 신약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렘데시비르는 이미 임상 전 세포·동물실험에서 코로나19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환자 한 명도 이 약으로 치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백신 개발에 1년6개월이 걸리고, 치료제도 부작용 제거 등을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올해 안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세계 각국 확산 막기 위해 총력전

백신·치료제 개발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 정부는 진원지인 우한과 후베이성 봉쇄 및 주요 도시 이동 제한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떨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후베이성을 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중국 내 신규 확진자는 봉쇄 한 달여 만에 하루 1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유럽 각국과 미국도 이동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지난 10일 전 국민 이동 제한령을 내린 데 이어 프랑스가 15일 출퇴근 등 필수 사유 외 이동을 제한했다. 미국에선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 실리콘밸리 일대 7개 카운티가 이날 0시부터 3주간 집에 머물도록 하는 ‘자택 대피’ 명령을 시행했다. 뉴욕시도 840만 명의 뉴욕 주민에 대한 자택 대피 명령을 준비하고 있다.

출입국 제한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17일 외국인 입국을 30일간 제한하기로 했다. 내부 국경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19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하기로 했다. 중국은 외부 유입 확진자가 국내 발생을 넘어서자 베이징을 시작으로 상하이, 톈진 등 주요 지방정부가 외국인 입국을 차단하고 나섰다.세계 각국이 강력한 이동 제한을 통한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어 확진자 수가 5월 초에 정점에 이를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17일 “전문가들로부터 받은 정보에 기초할 때 코로나19 환자가 약 45일 후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 CNN방송은 앤서니 파우치 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45일 후 정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 “45일은 불합리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지현/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