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도 막아라"…수백조 '돈풀기' 나선 유럽

유럽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는 자국 기업들을 위해 대규모 긴급자금을 잇달아 투입하고 있다. 유럽 전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의 연쇄 부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간) 자금난에 처한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200억파운드(약 30조7000억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하고, 3300억 파운드(약 496조원) 규모의 대출보증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1일 경기부양을 위해 300억파운드(45조원)의 재원을 투입하기로 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추가 대책이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적 싸움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며 “국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우선 정부는 매출이 감소한 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200억파운드의 긴급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 곳당 최대 2만5000파운드(3700만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주부터 전체 3300억파운드 가량의 대출보증을 서기로 했다. 대출보증 규모는 연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전례없는 규모라는 것이 수낙 장관의 설명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가계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3개월 유예해주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정부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항공 및 철도업계 등에 대한 추가 지원대책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사진)는 “경제상황이 바뀌면 추가 지원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며칠 내 더 많은 정부 개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도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2000억유로(274조원) 규모의 긴급지출 계획을 내놨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날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과 가계를 위해 자금지원을 비롯해 긴급대출, 신용보증 등으로 2000억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스페인 전체 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최대 3000억 유로(411조원) 규모의 대출보증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이 세금과 사회보장 기여금 납부를 연기하고, 융자 상환을 늦출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앞서 독일 정부도 기업들을 대상으로 무제한의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