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학자들이 27개 주제로 폭넓게 살핀 '음식의 역사'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은 어느 순간 TV 프로그램에 흔히 등장하는 인기 콘텐츠가 됐다.

연예인들이 음식이 맛있다는 식당에 몰려가 호들갑스럽게 식사를 하고, 요리사들이 나와 대결을 펼치는가 하면 요리 연구가가 장사가 잘되지 않는 음식점을 찾아가 조리 방식과 영업 비밀을 전수한다. 음식은 일상 문화로 깊숙이 들어왔지만, 학문 주제로서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2012년 영국에서 나온 학술서를 번역한 두툼한 신간 '옥스퍼드 음식의 역사'는 이러한 생각을 뒤집어준다.

이 책은 음식사를 연구하는 제프리 필처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엮었고, 미국·캐나다·영국·호주 학자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전공은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민속학, 지역학, 지리학, 종교학, 영양학 등 다양하다.

음식의 역사, 음식학, 생산수단, 음식의 전파, 음식공동체라는 5가지 대주제에 딸린 27개 세부 주제는 '음식의 노동사', '음식과 젠더 문제', '패스트푸드', '식품체제', '민족 음식'처럼 다소 딱딱하다.

'음식의 윤리적 소비'나 '음식과 사회운동'을 주제로 글을 쓴 일부 연구자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음식 간 접점을 찾는 시도를 했다. 역자도 후기에서 "이 책은 다루는 분야가 매우 방대하고 수많은 전문용어와 저작, 학자가 등장한다"며 "일반 대중보다는 음식과 관련된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내용이 매우 전문적"이라고 밝혔다.

음식 관련 도서를 많이 쓴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감수하고 해제를 썼다.

그는 책 제목을 '인문사회과학적 음식학 이론' 혹은 '비판적 음식인문학의 이론 27가지'로 바꿔도 괜찮을 듯하다고 했다. 따비. 김병순 옮김. 848쪽. 6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