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 비명'에 아수라장 된 증권사 영업점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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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장에 속수무책"증권사가 무조건 리스크를 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개인들, 미수금 투자확대에 '반대매매' 갈등 커져
날마다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면서 '반대매매'(주식 강제 매도)를 둘러싼 개인투자자와 증권사 간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다.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으려는 개인들이 돈 갚는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증권사에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19일 서울 A증권사 강남지점에서 일하는 김송진 차장(가명)은 미수거래자들의 반대매매 기한 연장을 요구하는 고객들을 응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미수거래자는 증권사에 초단기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를 말한다.
김 차장은 "코스피가 급락한 오전부터 반대매매 여부를 묻는 투자자들의 전화가 계속해서 걸려왔다"면서 "반대매매 막아달라는 요청이 많아 본사 리테일 본부에 문의했지만 하루종일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미수자들이 기한 내 대금을 갚지 못할 경우 이들의 주식을 강제로 파는 반대매매로 채권을 회수한다. 담보비율은 의무적으로 140%로 설정하게 돼 있는데 주가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의 결제대금이 늘어나면서 반대매매가 늘어나게 된다.투자자 입장에서는 반대매매로 보유 주식이 줄어들면 향후 주가가 반등할 때 되팔 주식이 사라져 원금회복이 어렵게 된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손 쓸 틈 없이 그대로 떠안게 되는 구조다. 금융위원회는 반대매매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을 막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6개월간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담보비율을 기존 140%에서 낮춰 증권사들의 반대매매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도 증시가 추가 폭락하면서 무의미해졌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담보비율을 낮추고 반대매매 수량 산정 기준가격을 절반으로 내렸지만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반대매매를 무조건 중단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증권사 한 관계자는 "신용 책정은 완화했지만 모든 채무를 증권사들이 질 순 없지 않느냐"면서 "현금 상환 여력이 좋지 못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반대매매가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단편적인 대책으로 오히려 시장 혼란을 가중됐다는 불만도 있었다. 담보비율 조정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미수금 투자가 늘었고, 결국 반대매매로 인한 갈등의 불씨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의 반대매매 억제 조치가 개인 투자자들의 미수금 투자 확대를 부추긴 꼴이 됐다"면서 "반대매매를 유예해도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매매가 줄어들 진 않을 것이다. 반대매매를 안 하는 것이 꼭 고객을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지난 13일 218억8800만원에서 금융당국 조치가 시행된 16일 191억4500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이후 17일 249억6400만원, 18일 245억2000만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윤진우/채선희/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