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조지 오웰은 '냄새 서술의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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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코알고 보니 조지 오웰의 《1984》도 미디어셀러였다. 영국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 존 서덜랜드(82)가 오웰을 알게 된 건 1954년 12월 BBC 방송극 ‘1984’를 통해서였다. 절판을 간신히 면할 수준으로 팔리던 책은 방송 직후 베스트셀러가 됐다. 서덜랜드는 《1984》를 시작으로 1년 안에 오웰의 주요 작품을 모두 섭렵했다,
그는 2012년 후각을 잃고 나서 반세기 동안 알아온 오웰의 글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전과 달랐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지독하리만치 생생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우는 다르지만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나서 오웰을 읽으면 작품 속 ‘냄새’가 특별하게 다가올 법하다.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상징적인 네 마디 문장은 더욱 그렇겠다. “하류층 사람들은 냄새가 고약하다.”《오웰의 코》는 서덜랜드가 ‘냄새의 깨달음’을 얻고 나서 쓴 평전이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했고 굴곡이 많았던 오웰의 생애와 괴짜 성향, 그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주요 작품들을 ‘코’로 읽어준다. ‘냄새 서술 비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책을 읽다 보면 오웰만큼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냄새를 탁월하게 서술한 작가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에 따르면 오웰에게 계층 또는 계급이란 무엇보다도 냄새의 문제였다. 오웰은 사람들이 풍기는 냄새를 통해 그들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 냄새를 투명하고 명징한 언어로 서술했다. 1936년 당대 사회주의의 문제점도 악취로 진단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 나오는 대목이다. “사회주의는, 적어도 이 섬나라에서는 더 이상 혁명과 독재자 타도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괴팍함과 기계 숭배, 러시아에 대한 멍청한 광신적 추종 냄새를 풍긴다.”
저자는 이런 질문으로 책을 마친다. “21세기인 지금, 오웰의 후각이 우리의 공기를 감지해 줄 수 있다면, 이 세계는 어떤 냄새를 풍길 것인가?” 이보다 아주 소박한 궁금증도 인다. 계급의 냄새에 민감했던 오웰은 영화 ‘기생충’을 어떻게 평했을까. 오웰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의 소설과 산문을 다시 읽고 싶게 하는 책이다. (차은정 옮김, 민음사, 460쪽, 2만2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