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10억 달러 대출 추진…"러·사우디간 유가전쟁 유탄에 재정 타격"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중동 산유국 바레인이 은행들과 10억 달러(약 1조2600억원) 규모 대출 협의에 나섰다. 잇단 저유가 행진에 국가 재정이 타격을 입자 내놓은 조치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레인은 대출을 통해 10억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소수의 기존 거래 은행과 협의를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바레인이 당초 예정했던 국제채권 발행을 중단한 뒤 대출 계획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소식통 여럿에 따르면 바레인은 수주 전 미 달러화표시 채권 발행을 추진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한 소식통은 “요즘 같은 시장에선 대출이 (채권 발행보다) 자금을 조달하기 훨씬 빠르고 쉬운 길”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제한 조치로 요즘은 로드쇼를 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로드쇼는 금융상품을 발행하는 이들이 거래를 앞두고 각국을 돌며 투자자들을 만나는 행사다.

로이터통신은 바레인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원유 수요 급감과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간 유가 전쟁으로 인해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레인은 국가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유가가 낮아지면 바레인의 재정수지와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는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올해 바레인의 재정 균형을 위한 적정 유가가 배럴당 91.80달러라고 분석했다. 현 시장 유가의 거의 세 배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관광업 타격도 크다. S&P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바레인을 중동 국가 중 코로나19로 인한 관광업 감소 위험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 S&P는 “바레인은 가용예산 추정치가 매우 낮다”며 “여행객이 줄면 그만큼 경상수지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레인은 앞서 2014년부터도 저유가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2016년에 이미 무디스 피치 S&P 등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바레인 신용등급을 정크(투기) 수준으로 강등했다. 2018년엔 채권 상환을 앞두고 재정 절벽에 내몰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걸프 동맹국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당시 바레인의 재정적자는 30억 달러에 달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