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코로나 블루 "NO"…사회적 거리두기 속 감정의 거리 좁히는 콘텐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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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공포증을 일컫는 '코로나 포비아', 사회적 거리두기 및 자가 격리로 인한 사회활동 위축에서 오는 심리적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 등의 단어들이 등장했다. '코로나 신조어'들이 특수한 상황 속에서 변화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코로나19 장기화에 '코로나블루' 등장
사회적 거리두기 속 우울감 우려
공감·위로·소통 콘텐츠 각광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 역할 중요"
홀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하루 종일 관련 정보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샌가 무기력한 기분이 습격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드니 상대적으로 온라인 접촉률은 높아졌다.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지난 10일 발표한 '소비자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75%는 "코로나19 등의 외부 요인을 이유로 외부활동 자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80%는 "실내에서 TV나 스마트폰, PC 등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시청한다"고 했다.◆ 지금의 우리? 현실과 닮은 콘텐츠를 찾아라 흥미로운 것은 전염병을 소재로 해 현 상황과 유사하거나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웨이브는 지난 1월 재난 영화 시청시간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대비 평균 403% 상승했고, '컨테이젼'의 시청시간은 6631% 증가했다고 밝혔다. 왓챠플레이 역시 지난 1일 총 시청시간이 1월 대비 36.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기 콘텐츠는 드라마 '체르노빌'과 영화 '컨테이젼'이었다.
지난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2'에도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현 상황을 대입하는 이들이 많다. '킹덤' 속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생사역, 그리고 역병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분투 등이 현재의 우리를 떠오르게 한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킹덤' 김은희 작가나 출연 배우들 역시 인터뷰를 통해 "'킹덤'은 2011년부터 기획된 작품이었다"면서도 시기가 맞물린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무겁다"고 전하기도 했다.시청자들이 '킹덤2'을 보면서 단순히 현재의 상황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역병의 진실을 알아내고 과감히 돌파하려는 주인공과 여러 차례의 위기 속에서도 단합하며 위기를 넘어서려는 모습들이 문득 공감과 희망을 준다는 색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콘텐츠가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방식의 위로를 주고 있는 셈이다.◆ 물리적 거리 극복하는 '위로'의 음악 가요계는 더욱 직접적으로 위로를 전하고 있다. 발라드계 대부 신승훈은 지난 16일 따뜻한 위안을 건네는 신곡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공개했다. 곡을 관통하는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그룹 구구단 세정도 지난 17일 첫 번째 미니앨범 '화분'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주제는 '위로'다. 세정은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앨범을 내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엄청 조심스럽고 걱정이 돼 회사에 이야기해봤는데 '침체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까지 멈출 수 없다. 우리라도 발을 들고 뛰어야하지 않겠냐'는 말을 하더라. 크게 공감이 됐다. 내가 들고 있는 카드가 위로의 카드라 지금 많은 분들한테 더 와닿는 노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해외 아티스트들은 '투게더앳홈(TogetherAtHome)'이라는 이름의 챌린지로 방구석 콘서트를 이어가고 있다.
"여러분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집에서 연주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콜드플레이 크리스 마틴은 지난 16일 이 같은 말을 하며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팬들이 요청한 '옐로(Yellow)',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어 스카이 풀 오브 스타즈(A Sky Full Of Stars)' 등을 불렀다. 피아노 연주도 곁들였다. 그리고 다음 주자로 가수 존 레전드를 지목했다. 그렇게 방구석 콘서트는 존 레전드, 찰리 푸스 등으로 이어지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한 데 모으고 있는 중이다.◆ 땀과 눈물, 그리고 연대…공감으로 이겨낸다 "마음만은 대구에 가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안양에 살고 있는 정모(32)씨는 지난 6일 방송된 KBS1 '다큐멘터리 3일' 616회 '대구로 달려온 그들' 편을 본 후 이 같은 시청 소감을 남겼다.
코로나19를 마주한 방송가의 키워드는 '공감'이었다. '다큐멘터리 3일'은 두 차례 코로나19와 관련된 콘텐츠를 준비했다. 지난달에는 '바이러스 최전선, 우리가 지킨다!'라는 이름으로 서울의료원의 진료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이어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의 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비췄다. 해당 방송분이 전파를 탄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조그마한 도움의 손길이라도 전하고 싶다는 글이 쏟아졌다.
국민 MC 유재석도 눈물을 흘렸다. 그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과 화상으로 대화를 나눴고, 잘 지내고 있다며 괜찮다고 말하는 의료진의 모습에 울컥했다. 유재석은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자꾸만 괜찮다고 하시는데 마음이 아파서"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그와 함께 시청자들 또한 울었다.
코로나19 예방수칙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마음의 거리는 좁히려는 노력들이 인상적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한국심리학회와 코로나19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무료 심리 상담을 실시하며 '심리 방역'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한경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신체적으로는 거리를 두지만 심리적으로는 계속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 힘든 일을 같이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외부적으로 활발한 접촉이 어려우니 가족들끼리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는 게 좋다. 또 온라인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블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심리적인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의 긍정적 역할도 중요하다고 봤다. 임 교수는 '투게더앳홈'과 같은 챌린지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소통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가 중요하다. '거울이론'이라는 게 있다. 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뇌 활성도가 증가되는 것이다. 직접 만나서 활동하는 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체험하는 것과 같은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또 공감과 연대를 이끌어내는 콘텐츠와 관련해서도 "간접 체험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다. 감정을 공유하며 공감한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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