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들] 신생아 변에서 찾아낸 토종 K유산균 …'균주 2000억 수입'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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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의 [기술자들] 3회 :) 한국야쿠르트[편집자 주] "역시 기술이 있어야 돼".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 새내기든, 은퇴를 앞둔 중년 부장님이든 한번쯤 뼈저리게 되새겼을 말. 누구나 꿈을 꾸지만, 꿈을 현실로 경쟁력으로 만드는 힘은 차별적 기술력입니다. 묵묵히 세계 최고 기술을 향해 땀흘리는 '기술자들'. 한 직업군에 10년 이상 몸 담은 기술꾼들의 이야기, 지금 만나보세요_ 한경닷컴 산업부
▽ 1976년 생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 토종 유산균 찾기 위해 신생아 변 수집
▽ 유산균 국산화 성공…2000억 넘는 균주수입 효과
▽ 윌·쿠퍼스 등 히트작 주역…"개척자 문화 빛 발했다"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발명'을 하려는 자발적인 문화가 기업과 연구소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심 소장은 "유산균이라는 개념이 낯설던 때 야쿠르트를 선보인 점, 발효유는 장에 이롭다는 생각과 달리 위에 좋은 발효유를 만들 게 된 점 모두 한국야쿠르트가 '상식적이지 않은 접근'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40여년간 다양한 원천에서 분리한 4496종의 ‘균주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이는 한국야쿠르트 연구원들이 전국 방방곳곳을 뒤지고 필요할 경우 해외에 나가 표본을 채집한 결과다. 1986년 입사한 심 소장도 유산균 연구를 위해 다양한 원천을 수집하는데 일조했다.
그는 "신생아의 장속 유산균을 표본화하기 위해 산후조리원을 방문해 여러 신생아 분변을 수집하고 장수마을을 찾아 토종 유산균을 찾았다"며 "관련 연구 대한 인식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을 당시여서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웃음지었다. 어렵게 찾아낸 유산균을 정리해 몸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원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설립 약 20년 만인 1995년 한국형 유산균 균주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형 유산균을 통한 균주 수입 대체효과는 지금까지 2000억원이 넘어섰다. 이와 함께 특허 등록 150여건, 자체 개발 유산균 22종 등 쾌거를 이뤘다.
중앙연구소는 유산균을 중심으로 생명공학에서부터 신소재부문까지 연구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피부, 다이어트 등 미용 뿐 아니라 대사성 질환과 미세먼지 등 위해요인 관련 면역 분야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신체 내 미생물 정보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파마바이오틱(치료용 미생물 물질) 분야까지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심 소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세먼지가 국가적 이슈인데 이는 외부물질이 인체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체계인 만큼 면역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면 감염·위해를 저감할 수 있다"며 "면역에 대한 분야를 관심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