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삼성 '팀워크'…마스크 원료 53t 수입선 뚫었다
입력
수정
산업부, 삼성전자·삼성물산에 SOS정부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 원료를 해외에서 직접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다.
마스크용 MB, 다음주부터 조달 개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요가 급증한 마스크 필터용 부직포(멜트블로운·MB)를 수입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우선 다음주 2.5t을 들여오기로 했으며, 오는 6월까지 총 53t을 수입하기로 했다. 추가로 1∼2개사와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여서 수입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 국내 마스크 생산 확대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마스크 필터용 MB를 조달하는 데는 정부와 대기업 간 공조가 힘을 발휘했다. 우선 코트라가 해외에서 MB 제조업체를 발굴했다. 한국 표준에 맞는 사양의 MB를 찾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코트라는 지난달 초부터 33개국 113개 부직포 제조업체를 방문 또는 유선 조사했다. KF 규격과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별 사양에 맞는 재료를 찾기 위해서다. 그 결과 9개국 28종의 MB 샘플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중에서 KF 마스크 성능 평가를 통과한 샘플은 3종이었다.
문제는 계약 주체였다. 정부가 직접 해외 업체와 계약하기엔 절차가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해외 네트워크가 촘촘한 삼성에 'SOS'를 보낸 배경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해외 MB 제조업체와 직계약해 수입한 뒤 전량 조달청에 넘겼다. 조달청 역시 국내 인수계약 기간을 종전 평균 40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모든 과정은 산업부가 조율했다.산업부 관계자는 “사안이 워낙 시급했기 때문에 삼성의 힘을 빌렸다”며 “보통 계약부터 수입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게 보통인데 이번엔 한 달 이내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수입한 MB 전량을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에 배분할 계획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해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원료값 상승을 체감할 수 없도록 가격 조정에도 나선다.
다만 이번 MB 계약 물량 역시 매주 부족한 수준이다. 부직포 1t당 마스크를 최대 100만 장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음주 입고되는 2.5t은 250만 장 생산 물량에 불과하다. 현재 계약된 53t을 전량 도입해도 최대 5300만 장 정도다. 한국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마스크는 1100만 장 정도다.산업부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마스크뿐만 아니라 마스크 원료의 수출을 금지하는 곳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