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원 장기화에 학원가도 온라인 열풍…학부모 "강의료 깎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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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서울 강남구에 있는 학원으로 초등학교 5학년생 자녀를 등원시키고 있는 이모씨(43)는 이번 달 자녀의 학원 수강을 취소했다. 자녀가 다니던 학원이 지난 16일부터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기로 해서다. 이 학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월말께 휴강에 들어갔다가 이날부터 강의를 온라인으로 재개했다. 이씨는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을 들을 때마다 자녀가 집중을 못 하고 딴짓을 한다”며 “수업 시작 1분도 안 돼서 자녀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는 걸 보고 당분간 수강을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휴원이 장기화하자 학원들이 온라인 강의를 통해 영업을 재개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현장 강의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강을 취소하거나 학원비 감면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강사들끼리 동영상 제작 특강 열기도
경기 수원시에 있는 한 영어·수학 학원은 이번 주 들어 학원에서 하던 중학생 대상 강의를 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있다. 이 학원은 3주째 휴강 중인데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끝에 나온 조치다. 학생들의 수업 태도는 화상회의 형식으로 점검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화상 강의를 하면 학생들의 출석을 점검하고 영어 단어 시험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전환했지만 수강생 중 90%가량이 여전히 수강을 취소하지 않았다는 게 이 학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담어학원과 에이프릴어학원도 전체 원생의 80%가량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등 대형학원들도 현장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가 학원들의 경영난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으면서 영상 제작 방법을 강사들끼리 공유하기도 한다. 한발 앞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던 강사들은 학원 강사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 “화상 강의와 동영상 제작에 관한 특강을 열겠다”며 강사 대상으로 강좌도 열었다. 최근 온라인 강의를 개설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영어 강사는 “현장 강의를 재개한 대형 학원들은 수강생이 지난해 같은 때에 비하면 20% 가까이 줄었다”며 “업무 영역을 확장하는 기회로 여기고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는 강사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온라인 강의 열기를 타고 인기를 얻은 ‘스타 강사’도 생겨났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강사의 유튜브 채널은 한주 사이 2만명이 넘는 구독자가 생겼다. 3주 전만 해도 수십 건에 불과하던 이 채널의 강의 영상 조회수는 이번 주 들어 10만명 수준으로 뛰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유머를 섞어가며 이차함수를 가르치는 모습이 수강생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일선 교육청에서도 초등학생·중학생 대상 온라인 학습 사이트인 ‘e학습터’를 통해 온라인 학습을 학생들에게 장려하고 있다.
학부모 “수업 질 떨어지면 수강료 깎아야”
하지만 일선 강사들은 “정상적으로 현장 수업을 하던 때 보다는 온라인 강의 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학 강의를 하고 있는 이모씨(40)는 “수학을 가르치는 데는 첨삭이 필수적인데 온라인으론 첨삭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첨삭이 안 되니 현장 강의가 갖고 있던 장점이 퇴색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동작구의 다른 영어학원 관계자는 “소수 인원이 수강하는 강의라면 화상통화 형식으로 학생들의 태도를 점검하겠지만 모든 원생들에게 화상카메라 설치를 요구할 수도 없어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온라인 강의 수강료가 불만이다. 온라인 강의를 하는 학원들 상당수가 평소 때와 똑같은 액수의 수강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비롯해 수도권 곳곳의 온라인 맘카페에선 “현장 강의와 온라인 강의 수강료를 똑같이 받는 게 말이 되냐”는 성토글도 올라오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의 온라인 국어 강의를 참관했다는 유모씨(48)는 “지루한 온라인 강의를 보고 충격을 받아 새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며 “EBS에서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요구로 인해 일부 학원은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 대신 수강료를 20~50% 인하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어학원 학원장은 “현장 강의 준비가 1시간이 걸렸다면 온라인 강의 준비는 2시간 이상 걸린다”며 “휴원이 한 달 이상 길어지면 수강생들이 이탈할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