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사실상 황교안 '대리 공천' 체제로
입력
수정
지면A6
당 대표에 '親黃' 원유철미래한국당 새 대표에 미래통합당 출신 원유철 의원(5선)이 20일 추대됐다. 전날 한선교 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공천 갈등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지 하루 만이다. ‘친황(친황교안)계’로 분류되는 원 대표는 통합당과 이견을 빚었던 당 공천관리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신임 공관위원장에 배규한 백석대 석좌교수를 임명했다. 공병호 전 공관위원장 주도로 확정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공병호 공관위' 전원 교체
'비례 공천명부' 전면 재작성 착수
원유철, 공관위 새로 구성
커지는 '황교안 사천' 논란
미래한국, 공천안 전면 수정하기로원 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대표로 추대된 뒤 최고위원에 정운천·장석춘 의원을, 사무총장에는 염동열 의원을 지명했다. 이날 통합당을 탈당해 미래한국당에 입당한 원영섭 통합당 조직부총장이 사무부총장을 맡는다.
미래한국당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배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새 공관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배 석좌교수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 특별보좌역 출신이다. 총 7명으로 구성되는 공관위는 염 사무총장과 조훈현 의원이 부위원장을 맡아 공천 작업을 주도한다. 박란 동아TV 대표, 정홍구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정상환 국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등도 참여한다.
원 대표는 “새 공관위가 구성되는 만큼 거기에 맞춰 비례 공천을 면밀히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531명의 공천 신청자 중에서 40명 안팎의 후보를 새로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병호 공관위 체제에서 한 차례 수정된 공천안에 통합당 지도부가 강한 불만을 드러낸 만큼 새로운 공천 명부엔 통합당 영입 인사가 당선권인 20번 안에 대거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당내에선 공천안 전면 재수정은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간 갈등을 또다시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통합당 내에서도 “황 대표가 뒤늦게 점령군 행세를 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총선이 2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천 내분’이 장기화하면 수도권 등 격전지에서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에 출마한 한 통합당 의원은 “공천이 마무리됐어야 할 시점에 국민들에게 아직도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박진 공천’ 둘러싼 의혹도 커져한 전 대표가 이날 “황 대표가 박진 전 의원을 비례 후보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공천 개입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통합당은 박 전 의원을 서울 강남을에 전략 공천했다. 황 대표의 종로 선거를 돕는 조건으로 박 전 의원을 당 ‘텃밭’에 공천했다는 것이다. 박 전 의원은 종로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한 전 대표는 황 대표의 공천 개입설을 주장하면서 “통합당이 앞으로도 만행을 저지를 것 같아 제가 경고하는 의미에서 공개했다. 나중에 소상히 다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박 전 의원에 대한 공천 요구설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이 끝난 뒤 “통합당과 한국당은 자매 정당”이라며 “그에 합당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한경과의 통화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황 대표나 미래한국당 측에서 비례 공천 신청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강남을 공천에 대해서도 “통합당 공관위원 한 분이 면접을 보라고 요청해 응했지만 황 대표의 종로 선거를 돕는 조건으로 공천된 것은 결코 아니다”고 했다.공병호 “선거법 위반 조심하라”
공 전 위원장은 미래한국당 새 지도부에 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경고했다. 공 전 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새 지도부가 공관위를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것은 기존의 비례대표 공천 명단 전체를 다 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그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결정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선출 시 엄정하고 공정한 민주적 절차를 강조한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법 위반과 공천 명단을 수정하면서 탈락하게 된 분들이 제기하는 줄소송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공 전 위원장은 한 전 대표가 황 대표로부터 박 전 의원과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에 대한 공천 요구를 받았다고 한 데 대해서는 “그 두 분 외에도 여러 사람이 더 있다”며 “두 건만 하더라도 선거법 위반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